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1년… “역사는 역사 ‘위안부’ 해결 못하면 ‘징용’ 해결도 어림없어”

지소미아 종료 결정 통보 시한 이틀 앞으로

일제 피해자 측, “정부 문제 해결위한 행동 보여야”

‘문희상 법’vs‘양정숙 법’ 으로 의견 갈리기도

외교부, “ 일본 정부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연계해”

[사진=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기한 만료가 이틀 앞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과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은 정부의 빠른 문제 해결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22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소미아는 북한군과 핵·미사일 등에 대한 정보공유를 위해 2016년 11월 한일 양국이 처음 맺은 군사 분양 협정으로, 양국은 1년 단위로 협정을 연장한다. 협정 종료를 원하는 국가는 만료 90일 전 종료를 통보해야 한다. 이 시한은 매년 8월 24일이다.

앞서 정부는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단행과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한 것에 대한 조치로 지난해 8월 22일 일본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통보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조건부 유예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과 강제 징용 피해자 측은 “경제와 역사를 연결시키려 하는 거 자체가 아베 정권이 우리에게 잘못한 것”이라며 향후 지소미아 연장과 상관없는 정부의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최봉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 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호사·법무법인 삼일)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소미아 같은 경우는 원칙대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면 연장하고 도움이 안 되면 종료하면 되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베 정권과 일본 정치인들이 아닌 실제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 일본 판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설득해 사법부 판결을 무시해 갈등을 지속시키는 아베 정권에 대해 주권자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조차 현재 안 하고 있다”며 “2015년도 12월에 일본하고 합의를 하고 난 뒤에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는 얘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일본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말씀하신 내용과도 모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충남 천안에 있는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제3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는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 스스로 헌법재판소 판결을 갖다가 존중을 안 하고 무시를 하고 있는 판에 일본 정부 상대로 해서 판결 존중 하라고 얘기를 할 수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강제동원 문제는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법안을 통한 외교적 노력과 피해자 지원을 꼽았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있어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측은 ‘문희상법’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은 ‘양정숙법’으로 입장이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명 ‘문희상법’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조성한 위자료를 지급하고, 피해자가 재단에서 위자료를 받으면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청구권 또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 골자다.

반면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제강제동원 및 위안부 피해자 인권재단의 설립에 관한 법률’은 강제동원 및 ‘위안부’ 피해자 배상금 지급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제3자가 해당 일본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본질적인 손해배상 채무는 불법행위자인 일본 책임 기업이 지도록 하는 것이 요체다.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동조합 이사장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한일관계를 풀고 피해자들을 보상해주기 위해 법안을 올렸다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며 “문희상법이 통과되면 한일 관계가 풀어지고 피해자 보상 문제도 해결될 수 있어 이번 국회에서 꼭 문희상법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 정부가 아니고 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꼭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 변호사는 “문희상법은 제3자의 돈을 기부받아 일본 전범기업의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내용”이라며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법리적으로도 무리가 있는 그 법을 고친 것이 양정숙 의원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정숙법은 일본 정부나 기업이 배상금을 내어 피해자를 구제하도록 하고, 제3자의 기부금 내용은 삭제가 돼 있다. 양국 사법부 판단에 따른 구제 방법을 일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다르다”며 “또한 문희상법에서 제외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문제 해결)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일(본)측이 수출규제 사유로 제시한 조건을 우리가 모두 충족했음에도 일측은 여전히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유지하면서 비협조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수출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인데, 별개로 다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처럼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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