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트레이드 요청 불구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 사인 유도
임의탈퇴 일방 고지… 앞길 막아
코칭스태프도 훈련배제 따돌림
구단측선 “사실 아니다” 정면 반박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고 고유민 선수 사망 의혹 관련 진실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
지난달 31일 프로배구 V리그 현대건설 출신의 고유민 선수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3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뒤 꾸준히 활약하다 지난 시즌 부진을 겪어 5월 임의탈퇴로 팀을 떠난 뒤 얼마 안 돼 전해진 비보다. 이후 악성 댓글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며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체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고유민 유족들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구단의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인의 어머니 권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치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과 변호인은 먼저 “고 선수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이 이를 미끼로 3월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 사인을 유도했다”면서 “이후 구단이 5월1일 일방적으로 임의탈퇴를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다시 선수로 뛸 수 없어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던 고 선수의 의지를 구단이 부당한 방식으로 꺾었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경기와 훈련에서 고 선수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고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면서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고 선수의 어머니 권씨는 “구단은 팀 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조했다. 유민이를 따돌린 사람들의 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유족 측의 주장에 현대건설은 “고 선수는 지난 시즌 27경기 중 25경기에 나설 정도로 꾸준히 출전했다. 경기와 훈련에서 배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임의탈퇴 논란에 대해서는 “고 선수가 2월29일 아무런 의사 표명 없이 팀을 이탈해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중단했다”면서 “이후 직접 연락해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임의탈퇴로 처리했다. 고인은 7월 모 유튜브 채널에서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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