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특수·공안 담당 차장검사급 직위를 없앤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부도 기존 3차장검사 산하에서 4차장검사 산하로 옮기고 형사·공판부 중심으로 대대적 개편에 나선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후속 검찰 인사를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 빼기가 본격화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는 20일 이같은 내용의 검찰 직제 개정안이 차관회의에서 가결됐고 오는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부 과학수사기획관 등 차장검사급 직제 4개를 폐지한 대목이다. 수사정보정책관 산하 수사정보 1·2담당관(부장검사)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통합한다.
그동안 수사정보정책관은 범죄 정보수집 역할을,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과 공공수사부 공공수사정책관은 전국 검찰청 인지·공안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이 세 직제는 '톱(Top)3'로 불린 만큼 이번 개편을 통해 윤 총장은 사실상 정보 라인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더욱이 윤 총장의 경우 이미 이달초 고위직 인사에서 '압박 인사'를 당하며 측근이 없어진 상태다. 지난 1월 좌천됐던 윤 총장 측근 인사들은 유임 또는 좌천된 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신임을 받는 인사 다수가 대검 주요 보직을 꿰찼다.
실제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조남관 국장이 대검 차장,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법무부 요직인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윤 총장을 턱밑까지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 이정현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이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을 포함해 이른바 검찰 내 요직인 '빅4'를 모두 호남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윤 총장을 보좌한 대검 참모진 대부분이 또 6개월 만에 교체된 것도 눈에 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에도 강남일 대검 차장을 비롯해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참모진을 모두 6개월 만에 교체했다.
특히 윤 총장의 측근 또는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간부들은 이번 인사에서 좌천성 전보가 이뤄지거나 잔류했다.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은 자리를 지켰고, 한동훈 검사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유지했다.
이번 검찰 조직개편 역시 '특수통' 배제에 초점을 맞췄다. 수사권 조정이 예고된 만큼 검찰 내 직접수사부서·전담수서부서 14개가 형사부로 전환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수사부 4개부, 강력부 6개부, 외사부 2개부, 전담범죄수사부 2개부가 형사부로 바뀐다. 이에 따라 전국 7개청 8개부로 운영되던 공공수사부는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부산지검 등 3개청 4개부로 줄어든다. 강력부와 외사부, 전담범죄수사부는 사라진다.
다만 법무부는 기존에 수사 중인 사건은 직제 개정이 되더라도, 해당 부서에서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기로 했다. 수사의 연속성을 저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법무부는 "지속적으로 직접수사 총량을 축소하는 방향의 직제개편을 추진해 왔으며, 금번 개편은 그 후속조치의 일환"이라며 "수사권개혁 관련 법령이 내년 1월1일부터 순조롭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일선 검찰청을 포함한 대검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에 부합하는 조직개편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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