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문위, 26일 토론회 개최 후 여론조사 시행 여부 결정
철거 여부 판단할 객관적 수단임에도 오락가락 행보에 의구심
여론조사가 동상 철거 여부를 결정할 가장 객관적인 수단 임에도 이 '카드'를 집어넣은 도의회의 모습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다.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오는 26일 오후 의회 7층 회의실에서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와 관련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는 대학교수와 법조계·충북연구원·언론·시민 사회단체 관계자 등 패널 7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동상 철거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애초 행문위는 토론회와 함께 도민 여론조사를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부 논의를 통해 토론회 결과를 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돌연 입장을 바꿨다.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는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의 요구로 처음 공론화됐으나 철거를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동상 철거 요구하는 진보단체(위)와 반대하는 보수단체 |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이상식(청주7) 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공이 의회로 넘어왔다.
행문위는 지난달 열린 제384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 상정을 한 차례 보류한 뒤 다음 달 3∼16일 열릴 다음 회기로 심사를 미뤘다.
주변 여론을 더 수렴하고,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논의 시간을 더 갖겠다는 게 이유였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이 사안이 의회에도 큰 부담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민 여론조사는 의회가 입장 정리를 하는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고, 외부 반발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의회가 여론조사 시행에 소극적으로 나와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동상 철거 반대가 우세할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토론회만으로 조례 제정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이 조례안 발의에 전체 도의원 32명 중 이상식 의원 등 25명이 동의했다.
충북도의회 전경 |
행문위는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임영은 행문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덜고 객관적 판단을 내리는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원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엇갈려 토론회 뒤 의원 간담회를 열어 명확한 방향을 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됐다.
이후 역대 대통령의 여름 휴가 장소로 이용되다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돼 관리권이 충북도로 넘어왔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의 동상·유품·사진·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전직 대통령이 방문 때 애용한 산책길의 사연을 담아 전두환(1.5㎞)·노태우(2㎞)·김영삼(1㎞)·김대중(2.5㎞)·노무현(1㎞)·이명박(3.1㎞) 대통령 길을 조성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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