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가 20일 오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 의혹 관련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숨진 여자배구 전 현대건설 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이 “현대건설 배구단의 사기극이 고유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라고 주장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서는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한다. 악성 댓글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원인은 아니다”며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하며 “고유민이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의도적 따돌림과 훈련 배제, 비인격적 대우로 괴로워했다”고 강조했다. 또 자해 시도를 한 동료 선수를 감싼 행동으로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난 사건이 결정적이라고도 덧붙였다.
계약 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를 미끼로 고유민에게 3월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5월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을 임의탈퇴시켜 다른 팀에 갈 수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 해지를 하면 선수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당연히 임의탈퇴 처리도 불가능하다.
박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해 “현대건설이 계약해지를 통해 3월부터 4개월 분의 급여를 아낄 수 있었다. 고유민이 높은 연봉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악의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며 “구단들이 선수들을 내보낼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현대건설의 사기에 고유민이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
고유민은 7월31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3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고유민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백업 레프트로 활동했고, 지난해 4월에는 처음 FA 자격을 얻어 잔류 계약에 성공했다. 고유민은 2월29일 팀 숙소를 이탈했고, 5월 임의탈퇴 처리됐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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