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
김종인, 5·18묘지 무릎 꿇어 참배 |
(서울·광주=연합뉴스) 나확진 이동환 기자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희생자들의 영령 앞에 무릎을 꿇으며 호남에서 의미있는 첫발을 디뎠다.
탄핵 국면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통합당의 불모지인 호남을 향해 진정성 있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당내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한 뒤 추모탑에 헌화하고 15초가량 무릎 꿇고 묵념했다.
통합당은 5·18에 대한 진솔한 사과로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열어젖히면 최근 지지율 상승세와 맞물려 호남에 다시금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정당으로서 집권을 향하고 있고 50여년 동안 집권을 한 정당이 우리나라 전체를 어느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해 이같은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나서는 "당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광주와 호남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호남 방문과 '5·18 무릎 사과'는 그동안 통합당이 최근 전국적인 수해 상황에서 다른 곳보다 우선해서 호남 지역 수해현장을 긴급 방문한 것이나 김 위원장 직할 국민통합위원회 추진, 주호영 원내대표의 5·18 사죄 등과 같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역시 김종인'이라며 환호를 보냈다.
한때 김 위원장 체제를 연일 비판하며 각을 세우던 3선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수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지구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떠올랐다"고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용섭 광주시장도 "김 위원장께서 5월 영령들과 광주시민들께 사죄해주셔서 우리를 뭉클하게 만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당내 이런 평가는 통합당이 그동안 5·18 광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배경과 관련돼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5·18 관련 공청회에서는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전 의원 등이 "5·18은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에 의해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등의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광주를 찾은 황교안 전 대표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물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4·15 총선에서는 호남 지역에서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위원장의 '5·18 무릎 사과'는 이런 상태로는 당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진심을 담은 '호남 구애'를 통해 전국정당화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묵념하는 김종인 |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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