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거리두기 2단계' 첫날
"최장 장마 간신히 견뎌냈더니
갑자기 영업중단조치 어떡하나"
노래방·PC방업주 곳곳 하소연
수능 앞둔 대형 학원가도 비상
고궁·공연장·뷔페 등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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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이제 겨우 살아나는가 싶었는데 문을 닫으라고 하니 한숨만 나오네요.”(서울 영등포구 코인노래방 운영자 A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에서 온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한 19일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찾아온 매머드급 악재에 한숨만 내쉬었다.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노래방·PC방 업주들은 영업정지가 장기화할까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치 시행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영업중단을 명령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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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나니 코로나 폭탄···출구 안 보이는 자영업자=이날 만난 상인들은 한결같이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사상 최장 장마를 간신히 견뎠는데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겹악재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신모(53)씨는 “장마 때문에 한동안 장사를 못 했는데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손님들이 평소보다 30~40%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구 명동 거리도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러 나온 일부 직장인들 정도만 보였을 뿐 화장품·옷가게 인근은 한산했다. 명동 주요 거리에 입점한 상점 중 이날 휴업하거나 아예 폐점한 곳을 조사한 결과 20곳이나 됐다.
정부 조치에 따라 고위험시설에 포함된 업주들도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한목소리로 정부의 갑작스러운 운영중단 명령에 불만을 나타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지난 주말과 휴일이 ‘택배 없는 날’이어서 먹거리 재료들을 미리 주문했는데 운영중단 명령으로 인해 내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겠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사한 오락시설들이 계속 운영하는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락실·멀티방·DVD방 등은 ‘중위험시설’로 분류돼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서울의 유흥가 곳곳에서 오락실·만화방·당구장·인형뽑기방 등이 불야성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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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지원 한 달 남았는데···대형학원가 초비상=학원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비상태세로 전환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데다 당장 다음 달 23일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지만 등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한 강남구 청솔학원의 경우 두고 온 교재를 찾아가거나 수시 상담을 위해 잠시 방문한 학생만 보일 뿐 인적이 뜸했다. 강남 종로학원도 학생들이 없는 강의실에서 강사들이 원격수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종로학원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수업은 기존 시간에 맞춰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지만 생활관리가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도 “새벽까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할지 회의했다”며 “수능까지 이어오던 흐름이 끊길까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출이 소폭 줄긴 해도 보충수업 등을 통해 일부분 메웠기 때문에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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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공연장·대형뷔페 곳곳 ‘올스톱’=서울 및 수도권 주요 공연장과 문화·여가시설은 이날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덕수궁은 실내관람시설인 석조전과 중명전 운영을 멈췄고 서울시립미술관도 관람을 중지했다. 뷔페식당도 고위험시설로 분류됨에 따라 수도권의 대규모 뷔페식당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종로구 종로타워 지하에 있는 ‘애슐리 퀸즈’는 평소 수십분을 대기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지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강남구 코엑스도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쿠아리움에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고 아쿠아리움 폐쇄 및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경기도 용인시 소재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도 전날 확진자 방문으로 일시 폐쇄됐다. 17일 재개장한 송파구 롯데월드도 한산했다. 롯데월드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방문객이 평소보다 80% 줄었다”며 “그나마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직원을 투입해 거리두기 등의 안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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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스크’ 곳곳에···체온 측정도 제대로 안 해=이처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며 코로나19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생활방역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오전 10명 내외의 시민이 덕수궁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었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거나 쓰지 않은 채 걸어 다니기도 했다. 덕수궁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야외시설이어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직원들이 덕수궁 곳곳에 배치돼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람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서도 방역 허점이 보이기도 했다. 종로구의 한 아트갤러리에서는 입장할 때 체온 측정이 이뤄지지 않고 관람객이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방진혁·한민구·김태영·심기문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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