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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이든 연합이든 태극기부대와 힘 합쳐야"
"연대가 되든 통합이 되든 문재인 정권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2019년 1월 27일, 주호영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자유한국당의 당권 도전에 나섰던 주호영 의원이 당권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도 핫이슈였던 '태극기부대 포용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건데요.
주 의원은 이틀 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태극기부대도 지금 이 정권의 잘못을 질타하고 국가 안보라든지 여러 가지를 걱정하는 분들입니다. 자유한국당과는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뜻을 달리하는 부분은 있지만 크게는 정권을 바꿔야 되겠다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통합이 되든 연합이 되든 목표는 같기 때문에 힘을 합쳐야 합니다." (2019년 1월 2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출연 中)
이 자리에서도 주 의원은 "통합이든 연합이든 목표가 같으니 태극기부대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는 자유한국당이 대정부 투쟁을 벌이며 소속 의원들이 5시간 30분씩 릴레이 단식을 벌일 때 였습니다.
'웰빙단식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그 시절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태극기부대와 보수 유튜버들의 응원이 필요했던 시절이었고, 당시 주 의원도 "목표가 같으니 힘을 합쳐야 한다"는 보수 진영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뜻을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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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집회는 잘못…메시지는 새겨야"
"태극기부대와도 힘을 합치자"고 했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광화문 집회에 대해 1년 여만에 다소 변화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였는데요.
"광화문 집회를 두 가지 차원을 달리 봐야 한다고 봅니다. (중략)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죠.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중략)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권에 반대하고 정권을 비판했다는 그 메시지는 또 달리 봐야 할 거라고 봅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中)
"광화문 집회는 잘못이지만, 메시지는 새겨야 한다"고 한건데, 1년 전 "통합이든 연합이든 힘을 합치자"고 했던 것보다는 조금 약해진 메시지였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워낙 심각해졌기 때문에, 방역 측면에선 집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요.
"(코로나 방역과 정권 반대 메시지) 그걸 하나로 묶어서 광화문 집회 잘 됐다, 잘못 됐다 이렇게 볼 것이 아니라 보건이나 국민방역,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그런 집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보고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中)
그렇지만 주 원내대표는 '정권 반대'와 '정권 비판'의 메시지를 새겨야 한다며, 여전히 광화문 집회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메신저와 광화문 집회를 싸잡아 비판하기보단, 행사는 행사대로 메시지는 메시지대로 각 측면을 따지자며 여운을 남긴 겁니다.
대놓고 광화문 집회와 온전히 등을 돌리긴 어려운 상황.
통합당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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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은 왜 처벌 안 하나"
주호영 원내대표 뿐이 아닙니다.
통합당에선 전광훈 목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면서도, 중진의원 초선의원 할 것없이 광화문 집회의 주장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의미는 부여하지만 "집회와 당과는 연관이 없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식은 왜 처벌 안하느냐"며 날선 반응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광화문 집회를 방조한 데 사과하라'는 민주당을 향해, "전광훈 목사 확진이 야당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방역을 정쟁 수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은혜 대변인도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관계가 없다"면서 "민주당이 말이 안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는 게 안쓰러워 보인다"고 광화문 집회와 거리두기에 나섰습니다.
통합당의 한 의원도 MBC와의 통화에서 "전광훈과 통합당을 묶는건 민주당의 억지 프레임"이라며 "이는 코로나 확산을 통합당의 책임이 몰려는 꼼수"라고 말했습니다.
■ 선긋기 하고는 있지만…끊어내기 어려운 유혹
호남에 구애를 쏟아붓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국민 사과까지 검토하는 등 변화에 나선 통합당이,
정작 태극기부대와 광화문집회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는 '정쟁', '프레임' 등을 거론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선긋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죠. 우리 당에는 아직도 중도보다 보수성향 당원들이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나오고 있는데 당장 서울시장이랑 부산시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그들을 딱 잘라내긴 어렵죠." (통합당 보좌진 A)
실제 통합당의 보궐선거 후보군 중에는 지난 15일 광화문집회에 나가려다 주변의 만류로 부득이 불참한 후보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양한 의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데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들에게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표심이라는 해석인데, 통합당 입장에선 광화문 인파와 민정당부터 내려온 정통 보수당원들 모두 놓칠 수도 없고 선긋기도 어려운 존재들입니다.
그런 통합당에 여당이 '태극기부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으니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상황 같아선 김종인 위원장이 한마디 하면 바로 정리되지 않을까요. 이대로 또 넘어가면 저쪽에서 계속 공격할텐데.. 김 위원장이 교통정리하겠죠." (통합당 보좌진 B)
통합당의 예민한 반응과 난처한 상황. 지도부가 명확하게 입장 정리를 할 때까진 '답하지 않을 권리'가 통합당에 필요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기주 기자(kiju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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