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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원희룡 광복회장비판 후폭풍, 제주교육감 "모멸감"·사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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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제주도당 "이석문 교육감은 정치적 계산 염두 꼼수 불과" 원 지사 방어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광복절 제주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비판한 발언에 대해 제주 안팎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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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식 축사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석문 제주도 교육감은 18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 행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원 지사의 광복절 축사로)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너무 속상하다"고 유감을 밝혔다.

이 교육감은 "서로의 입장차는 있으나 내 입장은 (원 지사의 발언은) '역행하는 것'"이라며 원 지사의 축사는 역사를 역행하는 것이었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

이 교육감은 또 "원 지사의 입장 동의 여부를 떠나 교육을 책임지는 입장으로, 내 입장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15일 광복절 제주 기념식 직후 개인 페이스북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역행하는 말들이 나온다"며 "그래서 우리는 기억하고 새겨야 한다"라고 원 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진보 성향의 전교조 출신인 이 교육감은 15일 당시 내빈으로 광복절 제주 기념식 현장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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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이석문 제주교육감
(서울=연합뉴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18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지난 15일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 행사에서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 뗀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2020.8.18 [제주도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원웅 광복회장의 제75주년 기념사는 친일 반민족 인사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처벌 없이 사회 지도층 인사로 추앙받거나 국가유공자로 추모 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이어 "개인의 영달과 출세만을 위해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핍박했던 반민족 행위에 대한 처벌과 응징을 김원웅 광복회장이 요구한 것인데, 원 지사는 개인적 출세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표현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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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광복절 축사 비판하는 오영훈 국회의원
[오영훈 국회의원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 "원 지사의 광복절 돌발 발언을 규탄하며 지사직을 즉각 내려놓고 정당인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 제주도당과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도 성명을 내 "독립유공자들이 참석한 기념행사에서 친일 세력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자체가 단체장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광복절 경축식마저도 자신의 이슈 몰이를 위해 이용하는 원 지사의 안하무인 격인 행태"라고 규탄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제주도당은 "도교육감 입장에서 광복절 기념식 관련 입장발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까지 해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교육 이외의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서 하는 것은 백보 양보해도 억지스럽다"라고 이 교육감을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수업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 폭염속에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 등 주요 현안이 쌓여있다며 "이 교육감의 기자 회견은 교육감 본연의 업무는 뒤로 한 채 차기 선거와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둔 꼼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

이와 함께 원 지사가 제주4·3 배지를 떼도록 이 교육감 등에게 제안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4·3 특별법 개정을 약속한 원 지사가 해야 할 일은 4·3 배지를 버리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4·3 배지를 들고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주 4·3배지를 뗀 경위를 설명하고 원 지사의 의견에 동조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도 관계자는 "제주 4·3배지는 애도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원 지사가) 광복절을 축하하는 자리와 맞지 않으므로 배지를 떼자고 제안했던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원 지사는 지난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해방 정국을 거쳐서 김일성이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다"며 "그분들 중에는 일본군대에 복무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발언으로 이날 광복절 제주 기념식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김률근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민족 반역자들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장관, 국회의원, 국영기업체 사장, 해외공관 대사 등 국가 요직을 맡아 한평생 떵떵거리고 살았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 친일파를 위한 나라가 됐다"는 등의 말을 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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