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지지율 상승 국면에서 때아닌 '전광훈' 공세에 당혹
일단 '침묵' 전략 이어가…당 내부서는 '선 그어야' 목소리 커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예방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3.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황교안 체제의 잔재가 모처럼 지지율 상승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미래통합당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8·15 광복절 집회를 강행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전 목사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등 '전 목사=통합당'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광훈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법적·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은 8·15 집회 강행을 사실상 방조했다.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이 이런 전략은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전 대표와 전 목사의 관계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고리로 '태극기 세력'과 함께하며 극우 논란을 불어온 황 전 대표는 청와대 인근 분수대에서 단식 투쟁을 하면서도 전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 참석할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일단 '무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광훈'이라는 이름을 굳이 당 차원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이 집회 장소에 갔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 속 호남 공략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통합당에게는 '전광훈' 논란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현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 겨우 벗어나나 했던 극우 프레임이 다시 등장할 수 있어서다.
당 안팎에서는 통합당 스스로 이번 논란을 불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당 차원의 집회 참여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개별 의원 참여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당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금지령과 함께 결별 의지를 보였다면 전 목사와 완전히 '결별'할 수도 있었지만 모호한 입장이 오히려 여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합당의 이런 입장은 중도층 확장도 중요하지만 집토끼도 지켜야 한다는 고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정부 시위 참석자 대다수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단체들인 만큼 이들과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광복절 집회 이후 사랑제일교회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전 목사를 겨냥한 '방역 방해' 비난이 거세지자, 통합당은 적절한 선에서 전 목사와 거리를 두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광화문 집회에 대해 "서울에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계속 늘어나는데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비판했다는 메시지는 달리 봐야 할 것"이라며 "방역적인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은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전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무대응 전략도 좋지만 자칫 '침묵'이 전 목사 등 보수 단체에 대한 미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 목사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보다 더 질이 나쁘다"며 "국가방역체계를 무너뜨린 전광훈 목사를 구속해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중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 목사 등이) 진짜 이기적이다. 자기들의 삐뚤어진 신념을 위해서 공중보건에 위협을 가하는 것 아닌가"라며 "범죄가 맞다"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는 항상 눈앞에 보이는 국민보다 눈앞에 안보이는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들을 끌어와야 한다"며 "광화문에 나갔다면 좋다고 난리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가 (우리가) 망한 것이다. 그것에 취하면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밖에 못잡는다"라고 강조했다.
jrk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