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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전광훈과 미래통합당

선 긋기도, 대응 안 하기도…통합당 ‘전광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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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자니 보수층 걸리고, 안 하자니 중도층 이탈 우려

광복절 집회 홍문표·김진태 참석, 전씨 확진에 ‘책임론’

4대강 등 사안 따라 전략 달랐던 김종인의 대응에 주목

[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우철훈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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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전광훈 딜레마’에 빠졌다.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지도,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추구하는 중도층 공략을 위해선 전 목사와 선을 그어야 하지만, 이 경우 전통적 지지층인 강경 보수도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중도층 이탈을 불러와 최근 지지세 상승 추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통합당의 딜레마는 전 목사에 대한 어정쩡한 비판에서 드러난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광훈 목사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서울시 부시장을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적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상황에서 전 목사도 처벌해야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장을 주도해 전 목사가 장외집회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한 여권 인사들도 처벌해야 한다는 ‘물타기’식 비판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이 지난 16일 내놓은 논평도 비슷하다.

배 대변인은 “광화문 인근에서 (지난 15일) 있었던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정부·여당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집회 참가자들의 정부 비판 목소리는 옹호했지만, 집회를 주도한 전 목사는 직접 거론하지 않고 ‘방역 협조’를 강조하는 식으로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통합당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행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리 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전 목사 등을 따라 광화문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중도층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지만, 그렇다고 대여 투쟁 과정에서 전통적 우군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장외집회 참가는 당 차원에서는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별 참석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통합당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전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집회에 현역인 홍문표 의원과 유정복 전 인천시장,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동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안에 따라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엇갈렸다.

김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됐을 때는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촉구했을 때는 “당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4대강 사업은 최근의 홍수 피해와 연결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 실책을 부각할 수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사면은 탄핵 문제와 연결돼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4·15 총선 백서 발간 시기를 앞당기라고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조속하게 정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고위 관계자는 “탄핵 문제는 빨리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것이 김종인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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