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규 전 비서실장 “고소인 측, 서울시 명예 짓밟아”
“박 전 시장, 과오 있다고 생애 전체 폄훼해서는 안 돼”
고소인 측 “4년간 최소 20명에 피해 호소… 모두 침묵”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출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입구. 뉴시스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가 서울시에 인사 이동을 요청하거나 피해를 호소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17일 “고소인 측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비서실 직원들이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서울시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성규 전 비서실장 “고소인 측, 현 상황 악의적 이용”
이날 경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오 전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 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런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면서 “고소인 측으로부터 성추행 방조 혐의자로 지목당해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고소인 측이나 고발인들이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이 주장하는 바를 다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서는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도, 심지어는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면서, 박원순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 살해하고, 서울시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면서 “만약 그 당시 고소인 측이 주장한 대로 고소 사실이 존재하고, 이를 저나 다른 직원들이 알았다면, 침묵이 아니라 고소인을 도와 절차대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박 전 시장, 과오 있다고 생애 전체 폄훼해서는 안 돼”
오 전 비서실장은 박 전 시장을 ‘사회 혁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하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전가의 보도가 되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서 “고소인의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같이 근무한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압박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라고도 토로했다.
오 전 실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자신이 가진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면서 박 전 시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을 가장 먼저 존중하고, 사회 혁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공이 크다고 해 과를 덮어서는 안 되지만, 과가 있다고 하여 생애 전체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도착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 전 비서실장은 이른바 핵심참모인 ‘6층 사람들’ 중 1명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며 서울시 전 비서실장에 대한 경찰 소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소인 측 “4년간 최소 20명에게 피해 호소… 모두 침묵”
고소인 측은 앞서 지난달 22일 연 기자회견에서 “4년간 최소 20명의 서울시청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알렸으나 이들 모두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피해자가 성고충을 인사 담당자에게 언급하고 직장 동료에게 텔레그램 대화 내용, 박 전 시장이 속옷 사진 보낸 것 등을 보여주며 호소했다”며 “그런데 담당자들은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 달라’, ‘(박 전 시장이) 뭘 몰라서 그랬겠지’, ‘예뻐서 그랬겠지’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인사 이동과 관련해선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는 말도 했다.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는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위가 방조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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