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n번방 관련 청원은 신상공개 여론에 불을 지피면서 '박사방' 조주빈을 시작으로 가해자들의 신상이 잇따라 공개됐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철저한 수사에 나섰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진행된 'n번방 사건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요구' 청원에는 총 271만5626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탄생한 후 3년 동안 단일 청원으로는 최다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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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한 사회 인식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히 제거하겠다"고 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즉시 설치하겠다"고 응답했다.
n번방 관련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 청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신상공개' 청원에는 202만6252명이 참여했고, '박사방 회원 중 여아 살해 모의 공익 신상공개' 청원에는 51만9948명이 동의했다.
n번방 운영자뿐만 대화 참여자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에도 45만7487명이 동참했다. n번방 신상공개 청원에만 519만9365명이 지지를 보낸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강력 처벌 촉구도 잇따랐다. 'n번방 박사·회원 처벌 요구' 청원에는 65만579명이, '텔레그램 사건 수사' 청원에는 34만8634명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특별조사팀 80% 이상 여성 배치' 청원에는 28만6101명이, 'n번방 사건 국제 공조 수사' 청원에는 21만9705명이 각각 동의했다.
그밖에 n번방 사건을 담당했던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교체해 달라는 청원에도 46만6900명이 동의했다. 앞서 오 판사는 고(故)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최종범 씨 사건을 심리하면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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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에는 조주빈 공범 '부따' 강훈 신상도 밝혀졌다. 처음으로 미성년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이다. 이로부터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현역 군인이자 박사방 공범 '이기야' 이원호 신상도 전격 공개됐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갓갓' 문형욱, 그와 함께 피해자들을 협박한 안승진, 박사방 유로회원 남경읍 신상도 세상에 알려졌다. 모두 피의자 인권보다 피해자에게 가해진 피해 정도, 사안의 중대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편성, 조주빈 등에 대한 엄정하고 집중적인 수사에 나섰다.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오 판사는 스스로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면서 서울중앙지법은 n번방 관련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했다.
n번방 사태와 관련한 신상공개, 철저한 수사, 강력 처벌 등은 3권 분립에 따라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1289만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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