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스토커를 스토커로 부르지 못하는 현실 안타까워"
"저는 매우 위험한 상황..관련 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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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약 1년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허경호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 협박 등), 건조물침입,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씨(47)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에 들어오거나 인근에서 협박하고 소란을 피우거나 학원 건물 외벽에 조씨를 지목해 모욕하는 취지의 낙서를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남긴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또 조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에 정씨 측 변호인은 "건물 외벽에 '사랑한다'는 취지의 글을 쓴 재물손괴 혐의는 인정하나 이외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며 "검찰이 공소사실로 제기한 사실 가운데 지난 4월 7일, 8일, 22일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바둑학원을 들어가거나 찾아가거나 건너편 인도 등에서 업무방해,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조씨는 "정씨는 저도 제 지인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바둑학원을 차린지 한 달이 지나고부터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가 낙서를 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진 않았지만 회원들이 신원미상의 성인 남자가 낙서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필체가 비슷한데다 정황으로 봤을 때 협박으로 느꼈고 소름이 돋았다"며 "낙서를 화이트로도 지우고, 페인트로도 덮어봤지만 그 위에 계속 모욕적인 글을 썼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학원생 부모들이 이를 보고 학생들중 90%가 바둑학원을 그만두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스토커 행각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법안이 없어서 스토커를 스토커로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씨는 정말 집요하고 끈질기고 망상도 심한 사람이다. 감옥에 평생 있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스토킹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재판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지난달 공황장애도 오고 양 팔에 두드러기도 올라왔다"며 "법정에서 어떤 결과 내릴지 모르지만 제가 원치 않는 결과 나왔을 때는 접근금지가처분 신청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18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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