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오늘(14일) 오전부터 가장 뜨거웠던 뉴스 중 하나죠.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줄곧 선두를 지켜오다가 역전을 허용한 이낙연 의원은 민심은 움직이는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관련된 얘기를 정 반장 발제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네티즌들의 기발한 패러디 한 장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부먹 찍먹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의원에게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서 먹느냐, 아니면 소스에 탕수육을 찍어 먹느냐"라는 질문을 던진 상황입니다. 이 의원의 신중한 답변 태도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오가는 대화 속에 대입해 보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인터뷰에서도 이런 화법이 자주 등장했죠.
▶ JTBC 뉴스룸 (지난해 12월 30일)
[종로 출마는 맞는 거죠?]
[어…대체로 그런 흐름에 제가 놓여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국회의 일정 또 당의 판단 이런 걸 봐가면서 최종적인 조정은 필요하다…]
[최근 황교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말씀을 안 드리는 게 낫겠습니다. 우선 잘 모르고요. 그냥 인상만 가지고 말씀드리기에는 제가 조심스러운 위치입니다]
이 의원은 은유법을 자주 사용하고 다소 애매하게 비칠 수 있는 자신의 어법에 대해 "후회할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이낙연/당시 국무총리 (JTBC '뉴스룸' / 지난해 12월 30일) : (이른바 이낙연의 어법 그래서 많이들 얘기가 돼서.) 기본적으로는 국민들께 알기 쉽게 말씀드리는 게 정치인에게 중요하죠. 멋 부리기 위해서 일부러 은유법 쓰는 것은 아니고요. 단지 훗날 후회되는 말이 될 수가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하다 보면.]
그렇습니다. 실제로 총리 시절 이낙연 의원의 '조심스러운', '신중한' 어법은 야당 의원들의 파상 공세를 막아낼 때 훌륭한 방패였습니다. 큰 사고 없이 총리 임기를 마친 뒤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이끄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각인되면서 대선지지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올해 들어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의원은 25%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처음으로 이낙연 의원을 앞섰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9%, 이낙연 의원은 17%입니다. 조사기관 한국갤럽은 "지난달까지 이낙연 의원이 7개월 연속 선호도 20%대 중반으로 단연 선두였으나 이번 달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여권 선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고 설명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본소득 등 여러 이슈를 주도하며 행정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이재명 경기지사의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밝히는 '사이다' 발언이 그의 행보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2월 24일) : 신천지교회 집회 금지를 명합니다. 협조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경기도 내 신도 명단 제공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3월 24일)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서 재원을 총동원해 도민 1인당 10만원씩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40만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오늘 결과만 놓고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의원을 앞섰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낙연 의원 37%로 28%를 얻은 이재명 지사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가 됐기 때문입니다. 또 진보성향 응답자들만 놓고 봤을 땐 이재명 지사가 33%로 29% 지지를 얻은 이낙연 의원과 30% 내외 수준에서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지율이 상승 추세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이다'에 김이 빠지지 않게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해 보입니다. 잘 막아뒀다가 필요할 때 '톡 쏘는'게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어제 정당지지율 역전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죠.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길게 말 안하기로 했어요.]
이 지사가 스스로 발언의 무게를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 부산시장을 무공천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자 의견을 가지는 것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며 급하게 수습한 적도 있었죠.
반면 이낙연 지사는 '할 말은 하는' 사이다 이미지를 쌓아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찍먹 부먹 논란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기본이고, 오늘은 당 지지율 역전에 대해 부동산 문제까지 언급했습니다.
▶ (화면출처 : 중앙일보)
[심새롬/기자 : 탕수육 부먹하세요, 찍먹하세요?]
[이낙연/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는 찍어먹습니다. 그래야 바삭바삭하거든요.]
[이낙연/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어제) : 역시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잘못이 컸고, 언행은 이를테면 전세, 월세에 대해서 꼭 평론가 같은 얘기를 한다든가 이런 것은 집으로 고통받는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데 부족했다, 라고 보는 게 맞겠죠.]
이낙연 의원은 오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역전을 당한 데 대해 "민심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만 짧게 말했습니다. 이달 말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당분간 여권 대선 주자 1, 2위의 다툼에 관심이 집중될 것 같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 확진자가 급증하자 오늘 코로나 급속 확산에 대해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종교시설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보름여 동안 경기도에서 발생한 210명의 확진자 중 40%가량이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걸 두고서입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 첫째로 정규 예배 및 미사, 법회 등을 제외한 종교시설 주간에 각종 대면 소모임 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합니다. 둘째, 정규 예배 미사, 법회 시에 찬송을 자제하고 통성 기도 등 큰소리로 노래하고 말하는 행위는 금지합니다. 셋째, 음식 제공 및 단체 식사를 금지합니다.]
오늘 국내 신규 확진자는 103명이 늘었습니다.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7월 25일 이후 20일 만인데요. 그런데 당시엔 해외유입 사례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고요. 국내에서 지역감염 확산 때문에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늘어난 건 지난 4월 1일 이후 4개월 반 만입니다. 정부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하는 걸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정세균/국무총리 :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일일 국내 확진자 수가 어제 최고치를 기록을 했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준하는 방역 대응조치를 신속하게 검토해 주셔야 될 것 같고요. 특히 확진자가 집중된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도 행정명령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는 것을 검토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관련 소식은 자리로 들어가서 자세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선명성 앞세운 이재명…이낙연 제치고 여론조사 1위 >
(화면출처 : 유튜브 '경기도청')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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