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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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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또 여성혐오…웹툰 플랫폼은 책임에서 자유로울까[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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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복학왕'서 상관과 성관계 후 정규직 전환 묘사…여성혐오 논란

논란 이어지는데 플랫폼 측은 '방관'…책임론 대두

네이버 웹툰 측 "작가 창작자유 존중하지만 책임 통감"

아시아경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웹툰 작가 기안84(36·본명 김희민)가 '인턴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 전환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장면을 넣었다가 또다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기안84가 '작중 인물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여성혐오, 장애인비하 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다는 사실이 지적되면서, 연재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임에도 플랫폼 측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제지를 하지 않아 결국 이같은 논란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지난 11일 공개된 웹툰 '복학왕'에서 스펙이 부족한 인턴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것으로 해석되는 장면이 그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웹툰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됐다. 복학왕을 비롯해 여러 웹툰을 둘러싸고 여성혐오, 학교폭력 미화, 장애인 비하 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작가와 독자를 보호해야 하는 플랫폼 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기안84를 둘러싼 논란만 해도 ▲청각장애인 여성 비하('복학왕' 248화) ▲동남아 국적 외국인 노동자 비하('복학왕' 249화) ▲실제 인물을 떠오르게 하는 지화사·전헌무를 성매매 업소 여성·남성으로 묘사('회춘' 37화) 등이다. 이밖에도 ▲여성 캐릭터가 가습기를 과하게 틀어 물이 다리를 타고 땅으로 흘러내리는 모습 ▲여성 캐릭터를 겨냥해 "'룸빵녀' 다 됐다", "늙어서 맛없다"는 대사와 ▲여성 캐릭터의 가방 밖으로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그린 장면 ▲데이트 폭력 장면 묘사 등에 대한 수차례의 여성혐오 논란이 있었다.


이밖에도 앞서 지난 4월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여성과 중국인을 비하하고 디지털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그려 논란이 된 바 있으며, '틴맘'은 10대의 임신을 폭력적으로 그린다는 비판, '외모지상주의'·'연애혁명'·'프리드로우'·'윈드브레이커' 등은 일진·학교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8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웹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인기 웹툰 다수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희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보다 약 5배 많았다.


또 2017년 방송통신심위원회 '최근 3년간 웹툰 선정성·폭력성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94건이던 민원 건수는 2016년 2893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 중 조치가 이뤄진 건은 39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민원을 받고 창작의 자유를 고려해 만화가 협회에서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탓이다.


"플랫폼 측에서는 업로드 전 최소한의 검수를 안 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그러나 플랫폼 측은 논란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면서도 작가들의 작품세계에는 관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국내 웹툰 산업이 '신(新) 한류'로 불리는 등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하는 만큼 혐오·비하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혐오 표현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해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없다며, 작품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를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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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복학왕'에서 여성혐오적 표현이라고 지적되는 장면들. 일부 장면은 현재 수정된 상태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앞서 지난 11일 공개된 웹툰 '복학왕' 304화에는 여성 인물인 봉지은이 인턴으로 근무하는 팀 회식 장소에서 '키조개를 손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라는 팀장의 물음에 배 위에 조개를 얹은 뒤 원뿔 모양의 물체로 이를 깨부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에는 "학벌, 스펙, 사회성으로 무장한 다른 경쟁자들의 생존 전략 앞에, 봉지은은 완전히 새로운 생존 전략을 들이댔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도 나왔다.


이후 40대 남성 팀장은 주인공 우기명과의 대화에서 "마지막 회식 이후 술에 취해 봉지은과 키스를 했고 이후 교제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우기명이 놀라며 "잤어요?"라고 묻자 팀장은 "ㅋ"하며 웃는다. 이 장면을 두고 "성상납을 통한 부정입사로 해석되는 부적절한 묘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기안84는 13일 사과문을 내고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문을 두고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취업이 힘든 여성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사회를 풍자하고 싶었다'는 주장이 비판의 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소 기안84의 여성관을 드러낸 데 그친다는 비판이다.


특히 최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같은 묘사가 사회 풍자로 해석되기는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복학왕'이 14일 오전 기준 수요 웹툰 4위에 오른 데다 기안84 역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광고를 제작하는 등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네이버 웹툰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작가님들의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네이버 웹툰 플랫폼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계기로 환기해 드리고 작가님들과 작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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