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54)에 대한 네 번째 판결이 다음달 나온다. 지난 1월 대법원이 안 전 검사장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검찰은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했다. 안 전 검사장은 재판부에 “진실을 선언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반정모)는 13일 안 전 검사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을 열었다.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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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인사실무자인 신모 검사에게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보내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시킨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2010년 서 검사를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시킨 때 성립한다.
쟁점은 경력검사인 서 검사를 연속해서 부치지청(차장검사는 없고 부장검사만 있는 소규모 지청)에 보내는 인사안 작성이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에 어긋나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였다. 1·2심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2심 형량은 징역 2년이었다.
대법원이 지난 1월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인사 재량을 가진 신 검사가 여러 인사기준 중 하나인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에 어긋나는 서 검사 인사안을 만들었어도 ‘의무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안 전 검사장이 한 직권남용의 상대방에 서 검사를 추가하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 공소장에 ‘서 검사에게 통영지청 전보라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재판부 허가로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안 전 검사장 측은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무죄라고 주장했다. 유해용 변호사는 “검사는 불이익한 인사나, 본인이 인사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지역이든 가서 근무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통영지청 배치는 서 검사에 대한) 의무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심리할 것은 없어 파기환송심 재판은 이날 한번으로 끝났다. 검찰은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4월18일 안태근 전 검사장이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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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서 검사는 제가 아는 이름이 아니었고, 서 검사의 통영지청 배치에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며 “증거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검사도, 1·2심 재판부도 귀를 닫았다”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지난 대법원 판결은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재판부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비난이 예상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게 숭고한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선언하는 일이 재판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오직 증거와 법 원칙에 입각해 판결해달라”며 “어떤 사건이든, 어떤 상황이든 여론의 공분이 처벌이나 유죄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용석 변호사도 “법학이나 법적 판단, 법정에서는 우연은 반드시 배척돼야 한다”며 “미투 운동으로 포장되면서 진실성은 도외시되고 있는데 이건 우연이냐, 필연이냐. 밝은 혜안으로 판결해달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당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성폭력 무마·은폐에 이용되어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처벌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며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악화되는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사법부는 제대로 보고 응답하라”고 비판했다. 파기환송심 판결 선고는 다음달 29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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