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 혐의 고발은 정치음해" 주장
경찰, 피해자와의 대질신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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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전직 비서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처음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 모두 성추행 방조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와의 직접 대질신문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중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김 원장이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의 고충 호소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시간가량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원장은 취재진에게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무겁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제가 알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내용을 소명하고 갖고 있는 자료도 제출했다”며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거나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정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한 ‘가로세로연구소’에 대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가세연은 막연한 추측과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저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임·방조·묵인한 것처럼 매도했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고발한 가세연에 대해 민형사상의 엄정한 법률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가세연은 김 원장을 포함해 박 전 시장의 전 비서실장 4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이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서울시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하면서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앞서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2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만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김 원장 외에 나머지 피고발인들도 조만간 경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참고인을 대상으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물론 피해자와의 대질신문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참고인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도 대질신문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자 주변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 만큼 대질신문 방식이 피해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혀 경찰이 검토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해당 기간은 피해자인 전직 비서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5년 7월~2019년 7월과 겹친다. 피해자 측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4년 동안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20여명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전보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회유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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