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진정 양상"…정부·여당, 부동산 민심에 기름부어
野 "귀를 의심" "대통령 혼자의 생각" 비판
文 대통령 지지율 하락…정당 지지도도 통합당이 민주당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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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집값 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여론을 잘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여당이 서민 생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국민감정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는 정부가 국민 체감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 심리를 다독이기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7월10일 세제 강화 대책 발표 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0.11에서 0.04 수준으로 하향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하향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조만간 시장 안정 효과를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부동산 시장 안정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고, 그런 쪽으로 정부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2년에 2년을 더해 계약을 갱신하고, 계약 갱신 시 5%로 임대료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으로 신규 계약자에 영향이 일부 미치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전셋값도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 서울 지역의 시장 상황을 보면 주택 거래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아파트값 상승률도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느냐를 바라볼 수 있는 전조가 거래량과 상승률 추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자꾸 그렇지 않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집값이 오르기만을 바라서 그러는 게 아닌가, 부추기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민간 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앞/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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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만큼 민주당이 힘을 싣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한 바 있다. 이어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두고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최근 한 달 동안 집값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엄호하고 나섰다.
이같은 정부와 민주당의 발언을 두고 시민들은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 국민의 비판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데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집값 폭등한 상황에서 더 안 오르면 안정된 거냐", "집값 다 올려놓고 안정이라고 하면 누가 믿냐", "별나라에서 왔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맞다" 등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수석 등이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주장하며 근거로 제시한 한국감정원 통계를 두고도 "통계를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 시장의 지표가 되는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의 집값통계는 표본과 계산 방식 등이 달라 다른 값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집값이 어느 정도 올랐다고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한국)감정원 통계로 11%가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52%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을 향한 반발 여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43.3%로 나타났다.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0.1%포인트 오른 52.5%로 집계됐다.
특히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33.4%, 36.5%로 나타났다.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1%포인트지만, 통합당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을 앞서게 됐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발언, 호남 수해 복구 방문, 선제적 4차 추경 필요성 제기, 정강 초안에 5·18 정신 삽입 등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얻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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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즉각 정부 정책 등 일련의 여당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건 대통령 혼자의 생각이다. 부동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없는지는 일반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대통령 혼자서 안정됐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귀를 의심했다"며 "절망하고 있는 국민 앞에서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자평에 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올 초 연설에서 단 한 발짝도 후퇴할 수 없는 다른 사연이라도 있는 것이냐"며 "청와대가 외로운 성, 구중궁궐이 되어가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 또한 "서민들의 '월세 소작농' 걱정은 듣고 있나"라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반경제학적 분석과 처방은 서민과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을 풍비박산 내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에서 월급의 대부분을 엄청난 월세에 쏟아부으며 평생 내 집 마련 저축은 꿈도 못 꿀 미래를 청와대는 짐작이나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건 맞지만, 안정됐다고 하기에는 섣부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11일 YTN '나이트포커스'에서 "주택시장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하고는 너무 다른 얘기다 보니까 그와 관련한 비판이 먼저 나오는 거다"라며 "발언 내용을 언뜻 듣기에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상승률이 안정화 추세라는 얘기다. 이런 것들이 일종의 약간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인용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감정원 통계는 시장에서 그렇게 자주 인용하는 통계가 아니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고 있는 주택거래 상승률, 그와 관련한 통계가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느닷없이 한국감정원 통계를 들고나오니까 이것도 결국 유리한 통계만 가지고 가서 지금 인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장이 잠시 관망세로 돌아선 건 분명해 보인다. 동시다발적으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집을 사려던 사람은 한번 멈칫하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일시적 소강 시기"라며 "이 시기에서의 통계 수치를 놓고 곧바로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과연 과연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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