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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대한민국에 떨어진 물폭탄

“댐 수위조절 실패로 물난리 화 키워”… 커지는 ‘인재(人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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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민들 “책임 규명” 목소리 확산

“섬진·합천·용담댐 등 급작스러운 방류… 주변 마을·농경지 침수 피해 키워”

수자원공사에 피해 보상·대책 요구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망’ 유족들도 “차량통제 늦어 희생” 국가배상소송

세계일보

흙탕물에 잠긴 농경지 지난 9일 오전 충남 금산군 평촌리 일대 농경지의 인삼밭과 비닐하우스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주민들은 전북 진안 용담댐의 방류 수위조절 실패로 인한 홍수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면서 수자원공사 측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금산=뉴스1


집중호우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기록적인 49일째 장마 속에 쏟아진 물폭탄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시설 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댐 수위 조절을 제대로 못했거나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불렀거나 키웠다는 지적이다.

11일 섬진강 중류 전북 남원시 금지면 일대 주민들은 “지난 8일 마을이 물에 잠긴 피해는 섬진강댐에서 방류량을 대거 늘려 제방이 붕괴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장 피해 복구가 우선이지만, 어느 정도 수습되면 원인을 따지고 책임 소재를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실 지역 일부 주민은 섬진강댐 관리사무소 측을 찾아가 항의했다.

금지면에서는 섬진강 제방 붕괴로 주택 70여 가구와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등 1000㏊가 물에 잠겼다. 범람에 따른 침수 피해는 최상류 지역인 임실 덕치면과 순창군 유등면 일대에서 하류인 전남 구례, 경남 하동 등까지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총 2500여명의 이재민이 생기고 주택 2000여곳이 침수됐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섬진강지사는 지난 8일 오전 6시30분부터 폭우로 인해 댐 수위가 계획홍수위(197.7)에 육박한 196.77까지 차오르자 초당 1000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그런데도 강수량이 좀처럼 줄지 않자 방류량을 3시간 단위로 1400t, 1868t까지 계속 늘려 이튿날 아침 7시30분까지 25시간 동안 방류를 이어갔다. 섬진강댐 물은 방류 후 5∼6시간이면 하류 하동 부근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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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경남 합천군 신소양 체육공원 야구장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 있다. 합천군 제공


경남 합천 주민들은 최근 황강 하류지역에서 발생한 수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합천댐의 수위조절 실패를 꼽는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집중호우 때 발생한 비 피해 90가 합천댐이 위치한 황강 인근 마을과 농경지 주변에서 발생했는데, 댐 방류량 급증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예견할 수 없었던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결론 내렸다”며 “물 확보에만 눈이 멀어 참상을 초래한 환경부는 물관리 실책을 각성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합천지역은 지난 6∼8일 300㎜ 가량의 비가 내려 저지대 농경지(435㏊)와 주택(63동)이 침수되고 이재민 133명이 발생했으며 가축 33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수공 합천댐관리단은 7일 오후 5시 초당 300t의 물을 방류하다가 다음 날 초당 800t, 8일 오전에는 초당 1200t, 오후 초당 2700여t으로 방류량을 늘렸다.

전북과 충남 일대 식수원인 진안 용담댐의 방류 수위 조절 실패를 지적하는 주민도 많다. 전북 무주군의회가 전날 수공 용담지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무주·충북 옥천·영동, 충남 금산 4개 지역 지자체장들은 12일 수공을 찾아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피해가 큰 충북 영동군 주민들은 수해피해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할 예정이다. 용담댐은 지난 8일 초당 3000t을 방류하면서 영동·옥천 등 17개 마을이 물에 잠겨 6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주택과 농작물이 큰 침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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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은 부산에서는 일부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내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당국이 차량 진입통제를 늦게 하는 바람에 무고한 희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도 부산시 공무원들의 과실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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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산사태가 발생한 주택에서 구조대가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29분께 발생한 산사태로 이곳 주택 3동에서 5명이 매몰됐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국도 15호선 건설공사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를 위해 절개한 지역에 옹벽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토사가 그대로 흘러내려 마을을 덮쳐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민들은 성토했다. 경찰도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하는 중이다.

전주·합천·영동=김동욱·강민한·윤교근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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