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환경·공보 장관 사임…정부 무능 속 사태수습 부진
"사망자 신원파악도 어려워…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레바논 반정부시위대 |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노재현 특파원 = 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한 레바논에서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마리 클라우드 나즘 레바논 법무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사임했다고 AP,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나즘 장관은 기독교 마론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폭발 참사가 발생한 뒤 사임한 세 번째 장관이다.
하루 전인 9일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부 장관과 마날 압델-사마드 공보부 장관이 사임의 뜻을 밝혔다.
카타르 장관은 성명을 통해 "엄청난 재앙이 벌어짐에 따라 사임을 결정했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바논의 통치 체제가 "무기력하고 무익하다"고 비난하면서 "여러 개혁 기회를 망쳐버린 현 정권에서 마지막 희망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카타르 장관에 앞서 압델-사마드 공보장관도 "국민의 염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국민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했다.
카타르 장관은 기독교 마론파에 속하며 압델-사마드 장관은 이슬람 분파인 드루즈파로 알려졌다.
장관들의 잇따른 사퇴로 레바논의 정국 혼란이 커지고 현 정부를 주도하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정치 소식통들을 인용해 많은 장관이 사임을 원한다고 전했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하산 디아브 총리는 장관들에게 사퇴를 보류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장관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명이 사퇴할 경우 내각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또 9일까지 레바논 국회의원 8명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편 행정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레바논에서는 사고 희생자의 신원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르완 아부드 베이루트 주지사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 많다"며 이들이 사고 현장에서 일하던 트럭 운전기사나 외국인 노동자라고 말했다.
레바논의 건설, 농업, 운송 분야에는 시리아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베이루트 폭발 사고 사망자 158명 가운데 약 45명이 시리아 국적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시민들은 정부의 부주의와 관리 부실로 폭발 참사가 벌어졌다며 8∼9일 거센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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