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책임, 청와대보단 내각이 져야…내일 그만둬도 사과나무 심겠다"
"분상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계획 없다"
"예비비 2.6조 등 호우대응재원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동산 세제개편 주요 내용 등 최근 주요 정책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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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책 담당자로서 부동산 가격 안정에 만족하지 않고 일부 과도하게 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정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향 조정까지 필요하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다만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시장 수급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라며 "정부로서 1차적 목적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살피겠다며 "정부 대책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이번만큼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제가 매주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주택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민에게 그 과정을 소상히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관계장관회의에서 짚어볼 것"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뒤 청와대 비서진이 사의를 표명하고 홍 부총리 자신의 거취에 대한 설왕설래도 이어지는 데 대해선 "정책에 책임이 있다면 청와대보단 내각이 져야 한다. 특히 경제정책에는 부총리인 제가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늘 말한 것처럼 직에 대한 연연보다도 당장 내일 그만두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2주택자였던 홍 부총리는 최근 경기 의왕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1주택 1분양권을 가지고 있다는 여러 지적을 받아서 일단 주택은 아직 명의 이동이 되지 않았으나 계약은 돼 (다주택 상황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주택 고위공직자가 집을 판다고 해도 주택공급에 보탬이 되는 것은 별로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주택 문제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은 강제할 순 없겠지만 다주택 해소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집값 급등 책임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정책이라는 게 정권별로 두부를 자르듯이 딱딱 잘리는 것이 아니고 상당한 시차가 있다"며 "과거 정부에 시행된 정책이 지금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있고 지금의 정책 효과가 3∼4년 뒤 나타날 수도 있어 어느 정부 책임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발표한 6·17, 7·10, 8·4 부동산 대책에 대한 각종 비판 여론에 적극적인 반박과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과 관련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들어가는 데 굉장히 거부감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때 주민들이 원하는 민간 시공사와 용역사를 선정할 수 있고 시공사 브랜드로 아파트를 브랜드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주택 물량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임대주택은 결코 기피시설이 돼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사업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인상을 두고는 "극단적으로 다주택을 통해 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지역 수요를 줄이려는 게 정부의 1차적 목표고 선의의 2주택자 피해는 최소화하는 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홍 부총리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방식의 기대이익 환수가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해 "(현행 방식과 비교했을 때) 조합원 일반분양 물량도 늘고 공공환수에 따른 임대·공공분양 물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방식에서 추가로 조합원이 불이익을 감내하는 건 없으며, 오히려 이득, 플러스알파가 됐으면 됐지 기존 재건축 방식에서 후퇴한 점은 없다"며 "기존 재건축 조합원 이익이 현행 방식보다 훼손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총 5만호를 제시한 공공재건축 예상 규모가 허수라는 지적에 대해선 "일부 지역에선 공공재건축 문의를 해오고 있다"면서 "언론이 지적하듯 전혀 참여하지 않을 거라거나 허수라고 (비판)하는 것은 다시 짚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서울시와 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고, 8∼9월 중 선도사업지를 발굴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홍 부총리는 호우피해 복구를 위해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는 현재 재해 대책 예비비로 1조9000억원, 일반 예비비로 7000억원 등 총 2조6000억원의 예비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번 호우피해 복구에 예비비를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재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처의 기정예산(재해 복구 등 목적으로 각 부처가 이미 편성한 예산)이 있고, 재해복구에 필요한 예산이라는 것이 올해 예산이 아닌 내년 예산으로 확보해도 크게 늦지 않은 상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제기된 4차 추경 편성론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2조6000억원 상당의 예비비와 각 부처의 기존 예산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할 경우 4차 추경까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조만간 긴급 당정협의를 통해 예비비 지출과 추경 편성을 논의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국민의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추경 편성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한해에 4차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은 1961년이 마지막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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