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프랑스 등 공장에 대량적재
예멘·인도 등지에선 사실상 방치
최근 100년간 폭발사건 70차례
전문가, 화재 대비한 철저한 관리 당부
지난 4일 대폭발이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 충격으로 커다란 분화구가 생겼다.[AF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레바논에서 일어난 대형 폭발 참사가 머지않아 다른 나라에서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참사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전 세계 각지에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소방연구업체 '파이어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의 비토 바브라스카스 회장은 전 세계에 질산암모늄이 안전하지 않게 보관된 장소가 수만 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이루트 참사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질산암모늄은 실온에서 흰색 고체로 존재하는 화학물질로 주로 질소 비료로 쓰인다.
대부분 환경에서 안정 상태를 유지하지만, 고온 및 밀폐 용기에 놓이거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해 폭약 원료로도 활용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에 있는 비료회사 야라의 질산암모늄 생산공장.[EPA=연합뉴스] |
레바논 당국은 지난 4일 참사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동안 보관된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루트 참사 후 호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뉴캐슬에 있는 질산암모늄 생산공장에 이 물질이 최대 1만2천t이나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만약 폭발하면 뉴캐슬 지역 전체를 흔적도 없이 지울 수 있는 물량이라고 현지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환경단체들은 보르도 인근에 자리한 비료 회사 야라의 공장이 폭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질산암모늄을 2만t까지 저장할 수 있다.
내전 중인 예멘 남부 아덴항에도 질산암모늄 4천900t이 컨테이너 130개에 나뉘어 3년간 방치됐다는 보도들이 전날 나왔으며, 최근 인도 남부 첸나이 항구에선 최소 5년간 보관돼온 질산암모늄 약 700t이 발견되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엔 미국 텍사스주(州) '웨스트 비료공장'서 질산암모늄 약 30t이 폭발해 15명이 사망하고 160명이 다쳤다.
바브라스카스 회장은 "지난 100년간 질산암모늄 폭발 사건이 70회나 있었다"며 "모두 화재와 보관 결함이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질산암모늄을 가연성 시설에 보관하지 말고, 보관 장소에 다른 물질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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