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사진 K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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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프로골프 투어 출전권이 없는 김성현(22)은 지난 3일 KPGA 선수권 월요예선을 치렀다. 120명이 출전해 8명을 뽑는 바늘구멍이었는데 김성현이 8등을 했다.
턱걸이로 출전권을 받은 김성현 본 대회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치면서 공동 3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왕모기에 물려 퉁퉁 부은 발목이 좋지 않았다. 3라운드 3타를 잃어 8위로 밀렸다. 선두 박정민과 4타 차이가 나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최종라운드가 벌어진 9일은 도깨비 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다가, 모자가 날아갈 듯한 거센 돌풍이 불다가, 햇볕이 쨍쨍 비치다가 다시 구름이 뒤덮곤 했다.
어지러운 날씨에 코스가 워낙 어려워 선두권 선수들이 흔들렸다. 김성현은 차근차근 점수를 줄여갔다.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을 때 공동 선두에 올랐다. 유럽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왕정훈이 17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단독 선두가 됐다.
김성현이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메이저대회 KPGA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김성현은 최종라운드 3언더파 67타, 합계 5언더파로 이재경과 함정우를 한 타 차로 제쳤다.
1958년 시작된 한국 프로골프 대회 총 550경기에서 월요예선을 통과해 우승한 선수는 김성현이 처음이다. 한국 프로골프에서 월요예선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월요예선을 시작한 것은 2000년 즈음이다. 게다가 모든 대회가 월요예선을 치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월요예선 우승자가 나온 건 의미 있는 사건이다. 월요 예선은 누구라도 실력만 있다면 도전해 볼 공정한 기회의 상징이며, 때론 팬들이 좋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배출장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는 종종 월요예선 참가자가 우승해 훈훈한 얘깃거리가 등장한다. LPGA 투어의 강자인 브룩 헨더슨도 월요예선 우승자다.
김성현은 국가대표를 하다 2017년 말 프로가 됐다. 한국 1부 투어 출전권은 없다.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Q스쿨 4위로 2019년 일본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국내 Q스쿨은 2018년 떨어졌고, 지난해연 일본 큰 대회와 겹쳐 참가하지 않았다. 올해 일본 투어에 경기가 열리지 않아 국내 2부 투어에 참가 중인데 상금과 포인트 모두 1위다.
김성현은 다른 아이들보다 약간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키가 작아 빛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돼서 키(1m 75cm)가 컸다. 키가 작아 이를 만회하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많이 한다.
몸이 근육질이고 장타를 친다. 지난해 일본에서 306야드로 거리 4위를 기록했다. 한국 남자 골프의 차세대 주자로 손색이 없다. 김성현은 "동기인 임성재도 미국에서 잘 하고 있으니 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메이저대회인 KPGA 선수권 우승으로 5년간 출전권을 받고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준우승자 이재경(21)도 특이하다. 3라운드까지 공동 33위였다. 순위가 워낙 뒤여서 1번 홀이 아니라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5타를 줄이면서 4언더파 2위가 됐다. 월요예선 참가자 김성현이 없었다면 연장전에 갈 뻔했다.
양산=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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