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올인’하는 트럼프… 2020년 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제로’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만남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이전의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자신의 재선에만 주력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모습이다.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오는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그리고 미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9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와 중국의 미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던 중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고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선거에서 내가 이기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쩌면 지금쯤 끝날 북한과의 전쟁 중일 것”이라며 “그것은 매우 심한 전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11월 대선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와의 비핵화 협상에 신속히 나서겠지만 연임에 실패하면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자신이 집권하면 ‘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30일 한국·유럽연합(EU) 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북미 간 대화’가 2018년 싱가포르,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이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결국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 언급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한 차례 더 정상회담을 해달라’는 취지의 문 대통령 요청을 점잖게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지지율 면에서 경쟁자인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큰 차리로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 문제 등은 별로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잡고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라는 석이 미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기념 연설을 앞두고 있다. 역대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 그리고 일본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현재 북한과는 관계 개선이 지지부진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해보려던 3차 북미정상회담도 연내 개최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지난해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한국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 일본, 그리고 미국을 향해 어떤 화두를 던질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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