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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레바논 시위대 정부청사 습격…진압 경찰 1명 사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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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극에 달한 정부 불신…"차라리 유엔이 통치하라"

내전과 코로나 이어 대폭발까지…"재건 여력 없어"

뉴스1

8일 한 시위대가 레바논 국기를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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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권영미 기자 =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시위대가 베이루트의 정부기관을 습격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 수십명은 외무부에 침입해 미셸 아운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웠다.

한 시위자는 "우리는 외무부를 점거했다"며 "모든 국민들에게 정부 부처를 점령할 것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인해 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 시위대도 100여명이 다치고 이중 수십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대는 이번 폭발 사고를 계기로 6년간이나 위험 물질을 아무 안전장치 없이 방치한 정치인들이 책임지고 사퇴하고 과실에 따른 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루트에서는 지난 4일 발생한 전대미문의 폭발 사고로 158명이 사망하고 6000명 이상이 다쳤다. 정치 혼란으로 경제 파탄이 수년째 지속된데다 폭발사고까지 발생하자 마침내 정부에 등을 돌린 민심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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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폭발에 분노한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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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 정권 몰락 원해 : 베이루트의 순교자 광장에는 1만여명이 모여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가 국회로 진입로를 가로막은 장벽을 뚫으려 하자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총성도 들렸으나 누가 총격을 가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2011년 아랍의 봄 봉기 당시 유행했던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떠나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다"라는 포스터도 들고 나왔다.

◇ 미국 평화적 시위 지지 :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 정부가 시위대의 평화적 시위권을 지지한다면서 관련자 모두에게 폭력 자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하산 다이브 레바논 총리는 이번 사태의 유일한 탈출구는 조기 총선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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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항 선착장에 있는 창고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날 폭발로 최소 70여명이 숨지고 3,700명이 부상을 당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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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에 달한 정부 불신 : 이번 시위는 부패와 실정에 항의하여 수천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한 시위대는 "정치인들은 양심도 없고 도덕도 없다"며 "집에 가라! 떠나라! 물러나라! 이제 지겹다"고 외쳤다.

또 다른 시위자는 "당신들은 우리에게 가난, 죽음, 파괴를 선사했다"며 "그 밖에 또 뭘 주려고 하는가?"라고 소리쳤다.

정부는 관련자들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지만, 레바논 시민들은 이를 불신한다. 일부는 레바논 지도자들에 대한 경고로 나무에 올가미를 매달았다. 현수막에는 "시퇴하지 않으면 목을 매달아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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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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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과 코로나 이어 폭발까지… : 이번 대폭발은 1975~1990년 내전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고 정치 혼란에 따른 경제 파탄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으로 휘청거리는 베이루트에 일격을 날린 셈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대학생은 "우리는 정부를 못 믿는다"며 "차라리 유엔이 레바논을 점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위자 마흐무드 리파이는 "우리는 우리를 돕겠다는 어떤 정부도 원하지 않는다"며 "돈은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발 사고 현장을 방문해 조의를 표하고 재건을 위한 원조도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동참을 밝혔다.

하지만 베이루트 시민들은 정작 레바논 지도자들은 아무도 폭발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말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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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의 두차례 대규모로 폭발로 잔해만 남은 항구 주변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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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할 여력 없어 : 현지 관리들은 이번 폭발로 인한 손실이 약 150억달러(약18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은 이미 국민총생산(GDP)의 약 150%를 웃도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우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없는 레바논 일반 시민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시민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던 마리타 아부 자우다는 "마크롱 대통령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우리 정부는 늘 그랬듯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은 차 안에서 온종일 프랑스 국가를 불렀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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