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취재파일] 대북단체 출신 변호사의 '미투'…"나도 당했다" 공개 발언,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단체 활동 중 탈북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지원금 일부는 룸살롱 비용 등 유흥비로 쓰였다."

지난 3일 국회 외통위.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런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외통위에 진술인 자격으로 출석한 전수미 변호사의 얘기입니다. 사실 전 변호사의 말투는 다소 빨랐고, 어찌 보면 다소 무미건조한 듯도 했습니다. 하지만 발언의 내용은 그 자체로 쉽게 넘기기 어려웠고,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습니다.

전 변호사는 2005년부터 2010년쯤까지 북한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전단 살포 활동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것은 단체 활동을 그만둔 뒤의 일입니다. 이제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과거의 일을 이토록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심 발언'에 나선 배경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 변호사가 현재 담당 사건 처리를 위해 지방 출장 중이어서 전화 통화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대북단체의 자금 유용 경험과 성폭행 사건을 동시에 공개했다. 충격적이라는 평들이 나왔다. 공개 발언에 나선 이유는?

= 지금은 북한에서 오신 분들에게 법적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번 대북 전단 문제가 불거지면서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향민(탈북민)에 대해 지금까지도 2등 국민 취급이 있었는데 전단 때문에 더욱 상황이 안 좋아졌다. 대북 전단 날리는 분들은 (탈북민의) 전체 1%도 안 되는데, 그분들 때문에 (다른 탈북민분들이) 너무 많이들 힘들어하셨다. (탈북민을 향해) '대북 전단 날리고 왔냐', '북한으로 꺼져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사나 핍박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북향민 분들이 몰래 나오느라 사망이나 실종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이번 대북 전단으로 인해서 조사가 있었다고 한다. 탈북민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시더라.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Q. 2010년을 즈음해 북한 인권단체 활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단체를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 제가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이고. (단체를 지원하던) NED(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에서 전화를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단체의 자금 유용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NED는 이렇게 될지 모르고 지원을 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NED는 무조건 믿고서 3년, 5년 장기 계약을 하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영수증을 하나하나 요구하지 않는다. 믿고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또 북한 인권 활동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었고 그런 것들을 다 봤기 때문에 (떠나게 됐다.) 당시 상담이나 민원 전화가 많이 왔는데 실제 탈북민 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도 법률적 조언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법적으로 도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Q. 단체 활동을 그만두고 시간이 꽤 흘렀다. 대북 단체의 불투명한 회계나 자금 유용 의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 최근에도 탈북민분들이 활동하는 단체의 내부 공익 제보를 받은 것이 있다. 단체장이 비용을 개인 용도나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활용하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통일부에 감사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이렇구나' 놀랐다. 지금까지도 이런 상태이냐고 물었는데 공익 제보한 분은 "당연한 게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이제는 아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회계 관리의 개념을 아직도 모르시는 것 같았다. (탈북자분들이) 실제 잘 모르시기도 한다. 워낙 체제가 다르니까. (통일부가) 감사 중이라고 들었다.

(대북 단체에 대해) 회계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관리가 되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 왜 문제가 되고,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몰라서 하는 분들도 대부분이다.

Q. 사실 공개 발언의 충격이 컸던 것은 개인적인 사건까지도 꺼냈기 때문인데.

= 오래전 일인데, 지금도 얘기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상이 있었다. 잊었던 기억이 생각이 나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한 것은 내가 지원하는 탈북 여성들을 위해서이다. (전수미 변호사는 신변 보호 경찰관의 탈북 여성 성폭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여성에 대해 무고죄 등으로 맞고소한 상태이다.)

Q. 탈북 여성들의 피해 호소를 자주 듣게 되는가?

= 고소·고발까지 진행되지는 않지만, 더 훨씬 많은 분들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북한 특유의 성문화의 영향도 있어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이야기하면 '여자가 문란하다'라거나. 남성에게 복종하고 순종하는 문화에서 살다 오신 분들 이어서. 실제 더 심한 성범죄를 당하고도 성희롱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 지식도 전무하고. 문제를 제기하면 "남한은 원래 그래" "남조선에 정착하지 못해서 그래"라고 입막음하는 사람도 있다.

Q. 공개 발언이 탈북 여성들에게 용기를 내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인가?

= 저는 딱 하나다. "여러분, 저도 당했습니다." 여러분만 당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피해자들의 생각은 '내가 처신을 잘못했다', '내가 치마를 입어서' 울면서 움츠러든다. 말하는 것이 망신스럽고 창피스럽다고 생각해서 감추려고 한다. 울고만 있지 말고, 숨어만 있지 말자는 것이다.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당신이 피해를 당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당신이 목소리를 내야 당신의 친구, 자식과 누이가 안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김아영 기자(nina@sbs.co.kr)

▶ 더 깊은 인물 이야기 '그, 사람'
▶ SBS 뉴스, 네이버에서 편하게 받아보세요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