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오전 11시 대국민담화…전공의 집단휴진 재고 요청
정부, 총파업예고 의협에 '협의체' 제안
의협 "정부안 협의체…의미 없어" 의료계 총파업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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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의료계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확산하고 있어,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정부는 일단 의료계 요구사항 중 하나인 협의체 구성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사실상 의료계 총파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료계 파업이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다만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총파업에 나서는 만큼 그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신중한 견해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늘(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가 예고한 집단 휴진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지속 상황에서 의료계 집단 휴진은 자칫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집단 휴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의협 "정부안 수정 없이 달랑 협의체…의미 없어 보여"
정부는 최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졸속 행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장 내일(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파업, 14일 개원의 위주의 의협 총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특히 전공의들로 구성된 대전협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등 필수 진료 인력까지 모두 포함해 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진료 공백에 의한 이른바 '의료 대란'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대응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전협이 응급실 인력 등 필수 진료 인력까지 투입하는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의협은 정부 협의체 구성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대집(가운데) 대한의사협회장과 임원진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4대악 의료정책' 철폐 촉구 및 대정부 요구사항 발표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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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의대정원 확대 관련 정부안을 수정하겠다거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 없이 원안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의료계가 요구한 것 중 아주 일부라 할 수 있는 협의체만 달랑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솔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안을 아예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정책 발표 후 의료계 반발이 커지니 의견수렴했다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시도하는 거라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의협은 1일 서울 용산구 소재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반대, △원격의료 도입 등을 규탄했다.
특히 의협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의료비 상승과 인구 감소, 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하지 않은 졸속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에 전공과목별·지역별·의료기관 종별(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 불균형 해소 등을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3년간 운영하면서 의료계와 협의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의협은 의사와 환자간 대면진료와 직접진찰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고,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원격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선 의료계 의견을 수용하라고 제안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7월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증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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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은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다면 휴업 중단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형철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복지부는 회의 시작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못박았다"면서 "정부가 처음부터 새롭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계획대로 집단휴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 의견은 의사들의 파업 경우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총파업이라는 강경한 입장인 만큼 의사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40대 직장인 A 씨는 "응급실 의사들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 어떤 조직이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서로 지켜야 하는 정도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환자실 의료진이 일하지 않겠다는 것은 솔직히 협박이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B 씨는 "교통, 물류 등 다른 파업의 경우 시민들이 공감하고 참을 수 있지만, 의료계 파업의 경우 환자 생명에 위협을 받으면, 그건 누가 책임을 지나"라면서 "다시 한번 신중하게 (파업을)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 입장을 들여다보자는 의견도 있다. 30대 회사원 C 씨는 "의사들이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뭔가 대단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라면서 "다만 그런 갈등이 국민을 위한 다툼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생들도 반발하고 있다는 데,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부에서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부 "국민에게 위해 발생시 엄정 조치"
한편 정부는 막판까지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전날(5일) 브리핑에서 "향후 의료계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만에 하나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의료계 파업 시 진료 공백과 현장의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대체 순번을 정하거나 인력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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