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당국은 항구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2750t 규모의 질산암모늄이 폭발을 일으켰다고 판단한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해 화약 등 무기 제조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4일 폭발이 발생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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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바논에서 수년간 활동했다는 로버트 베어 전 CIA 요원은 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랜지색 화염을 근거로 "이것은 단지 질산암모늄이 아니다"면서 “폭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료의 원료인 질산암모늄이 아닌 군사용 폭발물”이라고 주장했다.
베어 전 요원은 폭발 영상에서 보이는 오렌지색 화염구에 주목했다. 그는 "(이 화염구 색상으로 볼 때) 분명히 군사용 폭발물이다. 단순히 질산암모늄 같은 비료는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폭발 영상 초반부에 보이는 흰색 가루는 질산암모늄이 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더 큰 폭발은 군사용 폭발물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폭발은 1‧2차에 걸쳐 일어났는데 첫 번째 폭발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두 번째 폭발은 규모가 컸다.
대형 폭발이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현장에서 헬리콥터가 물을 뿌리며 진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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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전 요원은 베이루트 항구에 군사용 폭발물과 추진체가 존재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무기 은닉처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어느 조직에 속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가 누군가의 공격에 의한 것이란 증거는 없으며 "거의 사고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군사용 폭발물이 존재했는지, 누구 것인지, 왜 그곳에 보관됐는지"라며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레바논에서 수 년 동안 활동했다. 아무도 항구에 군사용 폭발물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일 오후 6시쯤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로 지금까지 100명 이상이 숨지고, 4000명 넘게 부상당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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