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 보다 더 거대한 레바논 최대 폭발"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대대적인 파괴"
[베이루트=AP/뉴시스]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시민들이 한 부상 여성을 옮기고 있다. 폭발로 거대한 버섯구름이 떠 오르고 항구 상당 부분이 파괴됐으며 시내 곳곳의 건물이 부서지면서 유리와 문짝 등 파편으로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2020.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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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종말, 재앙, 핵폭탄, 전쟁통….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폭발 사고로 수천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베이루트항에서 큰 굉음과 함께 일어난 두 차례의 폭발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때처럼 거대한 잿빛 버섯 구름이 만들어졌고 반경 10㎞ 이내 건물은 대다수 파괴됐다. 건물은 앙상한 골격만 흉측하게 남았고 깨진 유리창 조각들은 거리를 메웠다. 폭발 소리는 약 240㎞ 떨어진 곳까지 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규모 4.5 지진에 맞먹는 지진파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는 규모 3.3으로 밝히기도 했다. 폭발 현장 인근 도로와 공터엔 시신이 즐비했고 붉게 물든 옷을 걸쳐 입은 부상자들이 가득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한 생존자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베이루트항과 평행한 레바논 전기 시설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서 "차 밖으로 나가 한 건물 입구로 도망치려다 건물이 파괴된 것을 알았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베이루트대의 한 부교수는 폭발 당시 베이루트 외곽에 있었지만 '가까운' 느낌이었다며 "사방이 흔들렸고 매우 거대했다.레바논 내전, 이스라엘 참공 등을 겪었지만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거대함이었다. 레바논에서 일어난 가장 큰 폭발"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칼리페 전 보건장관은 "설명조차 할 수 없는 대대적인 파괴"라고 회상했다.
폭발 현장으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에 있었다던 전 육군장성은 "거리 곳곳에 깨진 유리가 있었고, 여기저기에 부상자가 있었다. 재앙이었다"며 "모든 것이 내전의 마지막 날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유리파편에 부상을 입은 한 남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낚시를 하다 불이 났다고 해 집으로 향했는데 뭔가 폭발하는 것이 들렸고 부상을 입었다"며 "이게 내가 기억하는 전부"라고 힘들어했다.
유리조각에 얼굴을 다친 또 다른 부상자는 "차가 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며 "유리 때문에 다친 것 같다"고 기억했다.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서도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 69세의 한 승무원은 "선실, 휴게실, 모든 것이 파괴됐다"며 "폭발 소리를 들었고 로비 반대편으로 날아가 카펫으로 떨어졌는데 그래서 운 좋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도 넘쳐나는 부상자들로 아비규환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들은 한 남자는 "재앙"이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 젊은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천국에 갔다"며 오열했다.
[베이루트=AP/뉴시스]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에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를 강타해 처참해진 폭발 현장이 보인다. 이번 대폭발로 지금까지 78명이 숨지고 37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정확한 폭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항구 창고에 6년간 보관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큰 폭발을 일으킨 것은 확인됐다. 이번 대참사에 세계 각국이 지원과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2020.0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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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한 활동가는 "베이루트의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우린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며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질소 산화물이 섞인 유독가스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집을 잃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집들은 완전히 파괴됐다. 내가 가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베이루트 항구가 완전히 파괴됐다. 너무 공포스럽다"며 "세상의 종말(apolcalypse)과 같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또 다른 생존자는 폭발 후 현장의 모습이 마치 "멀리서 본 전쟁 사진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우리 모두 개를 산책시키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식료품을 사러 쇼핑을 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피를 흘리거나 임시로 만든 붕대로 감고 있다. 병원에는 온 몸이 붉게 물든 여성이 미동 없이 누워 있었다"고 가슴 아파했다.
레바논 대폭발 참사로 지금까지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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