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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엔 왜 160㎞ 투수가 없을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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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탄탄한 덕수고 장재영
올 157㎞ 찍으며 가능성 보여
'싹' 더 키워줄 풍토 고민해봐야


파이낸셜뉴스

국내 가장 유력한 160㎞ 투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덕수고 장재영.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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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매년 일본 와세다대학과 교류전을 갖는다. 김호근 고려대 감독은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와세다대학에는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 1~2명쯤 포함되어 있어서다.

에이스 투수가 졸업해도 이듬해 다시 150㎞대 새 투수를 선보인다. 한국 대학야구는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일본은 아직 도쿄 6대학리그를 중심으로 건재하다. 그렇다하더라도 매년 새로운 150㎞ 투수가 나오는 일본 대학야구의 '화수분'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프로야구는 올해에만 두 명의 최고 구속 160㎞ 투수를 배출했다. 지난달 7일 센가 코다이(27·소프트뱅크)에 이어 19일 타이라 카이마(21·세이부)가 160㎞의 벽을 돌파했다. 센가는 187㎝, 90㎏의 날렵한 체격을 갖춘 선발 투수. 타이라는 173㎝, 100㎏의 탄탄한 몸매를 가진 불펜 투수다.

타이라는 라쿠텐과의 원정경기서 5-3으로 리드한 7회 말 외국인 타자 스테판 로메로를 삼진 처리하면서 160㎞를 전광판에 찍었다. 타이라가 늘 150㎞를 웃도는 직구를 뿌리긴 하지만 막상 160㎞를 기록하자 TV 중계진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일본 프로야구서 맨 처음 160㎞ 벽을 깨트린 투수는 사토 요시노리(당시 야쿠르트)다. 10년 전인 2010년 8월 26일 요코하마와의 경기서 161㎞ 강속구를 뿌렸다. 두번째는 WBC와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후지나미 신타로(한신)다.

후지나미는 2016년 9월 14일 히로시마 타자를 상대로 160㎞ 강속구를 던졌다. 한 달 후 일본 프로야구 최고 스피드 신기록이 작성된다. 10월 16일 오타니 쇼헤이(당시 니혼햄)가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서 165라는 숫자를 전광판에 남겼다. 오타니는 당시 22살이었다. 지난해엔 쿠니요시 유키(요코하마)가 160㎞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서 최초로 160㎞를 돌파한 투수는 46년 전에 나왔다. 5714개로 통산 탈삼진 1위에 올라 있는 '살아 있는 전설' 놀란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LA(당시엔 에너하임) 에언절스 시절인 1974년 8월 20일 100.9마일(162.4㎞) 강속구를 던져 전세계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2016년 7월 아롤디스 채프먼(당시 시카고 컵스)이 세운 169.1㎞. 국내 프로야구 기록은 2008년 한기주(당시 KIA)의 159㎞. 엄정욱(당시 SK) 158㎞, 조상우·안우진(이상 키움)이 각각 157㎞를 찍은 바 있다.

1993년 당시 한양대 2학년이던 박찬호는 공식 경기서 156㎞를 던져 한국 야구계를 흥분시켰다. 결국 이듬해 LA 다저스로 스카우트되어 갔다. 다저스 시절 최고 161㎞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선 아직 160㎞를 던진 투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고교무대서 153㎞를 기록한 장재영(덕수고)은 올 들어 연습경기서 157㎞를 찍어 화제가 됐다. 현재로선 160㎞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한국야구에는 왜 160㎞ 투수가 나오지 못할까. 강속구 투수 이민호(LG)를 키워낸 김영직 휘문고 감독은 "얕은 선수층과 기초를 중요시 않고 기술 위주로 시합용 선수를 길러내는 풍토가 문제다. 투구 수를 제한하고 있는 현 제도도 생각해볼 점이 많다. 보호가 제대로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대형 투수 출현을 가로막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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