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도토리 키재기’ 자찬… 정부 "국민 눈높이 맞추기 위해 하반기에도 품질 측정"
정부가 5일 발표한 첫번째 5G(5세대) 이동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서는 5G 속도가 LTE(4G) 대비 3~4배 빠른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광고를 믿고 5G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결과다.
해외 기관이 평가한 결과보다 훨씬 잘 나온 수치인데도 당초 통신3사가 내세운 수준에는 크게 못미친다. 때문에 통신 3사는 이번 발표 결과를 놓고 각자 자신들의 서비스가 더 우세하다는 ‘도토리식 키재기’ 자찬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상반기 5G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통신 3사 5G 평균 속도는 700Mbps(초당 메가비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5G 품질을 측정한 결과 3사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 평균 업로드 속도는 64.16Mbps 수준이다.
(왼쪽부터) SK텔레콤 을지로 사옥, KT 광화문 사옥,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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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LTE 품질 조사에서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 평균 업로드 속도는 42.83Mbps다. 5G가 LTE와 비교했을 때 다운로드 속도는 4.1배, 업로드 속도는 1.5배에 불과한 것이다.
그동안 5G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통신 품질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1년 동안 280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들어왔는데, 그중 20%(56건)가 5G 품질이 좋지 않다는 소비자 민원이었다.
백화점·여객터미널·대형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5G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파 신호 세기 비율(5G 가용률)도 평균 67.93%에 그쳤다.
이번 조사 평균 값이 656.56Mbps에 그친 것에 대해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그래도 5G 속도가 LTE 기준 3∼4배 정도 빠르다고 나온 것을 고려했을 때에는 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위·과장 광고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진배 국장이 2020년도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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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달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의 서울 을지로입구역 현장 방문에서 측정한 5G 다운로드 속도가 1355Mbps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통신을 사용하는지 등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는 게 홍 통신정책관은 부연했다.
하지만 해외 기관의 국내 5G 품질 조사는 정부 결과보다 더 못한 수준이다. 지난 6월 영국의 통신 서비스 전문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내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214~237Mbps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5G 속도의 3분의 1수준인 것이다.
5G가 아직 이 수준의 속도밖에 내지 못하는 것은 한국에서 아직 고주파 대역(28GHz) 기지국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통신 3사는 올해 안으로 28GHz 5G 대역을 상용화 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다중이용시설에서의 5G 가용성의 경우도 우리 정부 평가에서는 평균 67.93%이고 지하철과 고속도로, KTX 등의 교통 인프라의 5G 가용성이 76.56%로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시그널 평가에서 SK텔레콤 15.4%, LG유플러스 15.1%, KT 12.5%로 매우 낮게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측정시기와 장소 등이 다른 점이 우리 정부와 해외 기관의 평가결과에 큰 차이를 낳게 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 모두 이번 발표 결과를 놓고 각 사에 유리한 해석을 하고 있다. 5G 서비스 가입을 하려는 고객들은 이번 발표 내용을 유의미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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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이번 조사에서 5G 네트워크 핵심인 초고속, 초저지연(평균 속도, 지연시간) 영역에서 압승했다고 평가했다. 다운로드를 기준으로 자사의 5G 평균 속도가 타사 5G 속도보다 최고 50% 빠르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5G 커버리지 부분은 각사가 제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커버리지 기준과 다를 수 있다"며 "5G 품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운로드 속도로, 이 부분에서 SK텔레콤이 압도적인 1위"라고 설명했다.
KT는 통신사들의 5G 망 구축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시에서 가장 넓은 433.96㎢로 1위 커버리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품질 핵심지표인 ‘5G→LTE 전환율’(5G 사용 중 LTE로 전환된 수치로 낮을수록 우수함)이 가장 낮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서울과 6광역시의 커버리지 면적을 합산해 통신사 중 최대 5G 커버리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홍 통신정책관은 "(이번 발표가) 통신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통신사들의 경쟁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순위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통신사를 선택할 때 이 품질 평가 결과를 참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 눈 높이에 맞는 통신 품질을 제공하고 통신사들의 투자를 증대시키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품질 측정을 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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