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레바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피해 규모를 키운 건 질산암모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다. 과거 항구에서 압수됐던 질산암모늄이 창고 안에 소홀하게 관리되던 터에 어떤 계기로 이곳에 불이 옮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2차 폭발이 발생하기 전 1차 폭발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외부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사고에 대해 "끔찍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 "나는 장성들과 만났으며 그들이 그런 것(공격)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거론되는 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관계가 좋지 않다. 지난달 20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시라아에 파견된 헤즈볼라 대원 1명이 숨진 데다 27일에는 양측이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최근 남부 국경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 많은 레바논인들은 이스라엘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레바논에 인도적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즈볼라가 배후에 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이번 참사는 2005년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 판결을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이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헤즈볼라 대원 4명이 판결을 받는데, 이를 앞두고 실력을 행사했다는 관측이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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