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사망자만 최소 78명, 부상자도 무려 4천여명에 달합니다.
정확한 참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적으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별도의 안전장치없이 장기간 대량으로 적재됐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리 소홀에 따른 사고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지만, 질산암모늄 보관 사실을 알고 있는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일종의 폭탄 공격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베이루트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정정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레바논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 베이루트 항구서 두차례 '굉음'…"히로시마 폭발 같았다"
이날 오후 6시쯤 베이루트 항구에서 두차례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두 번째 폭발이 훨씬 더 강력했습니다.
10km 떨어진 빌딩의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습니다.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였습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레바논에서 최소 160km 떨어진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음이 들렸다고 키프로스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흰 구름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상승기류를 타고 버섯 모양으로 하늘로 치솟았고, 검은 연기는 이웃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번졌습니다.
베이루트 시민 왈리드 43살 아브도는 AP통신에 "그것은 핵폭발과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베이루트 시장은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폭발 같았다.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스카이뉴스 아라비아 채널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 사상자 눈덩이…"최소 78명 숨지고 4천명 부상"
레바논 보건부는 초기 집계에서 최소 50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최대 3천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갈수록 사상자 규모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78명이 숨지고 약 4천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최소 60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보도했습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애도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디아브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번 재앙에 책임 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창고 보관된 질산암모늄 2천750t 폭발?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적재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도 사용됩니다.
지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폭발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많게는 2천~3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아브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천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화학물질 관리 사고에 무게를 두는 뉘앙스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공격'으로 규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모레(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입니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 경제 위기 속 레바논 정정불안 심화하나
이번 베이루트 폭발은 경제 위기가 심각한 레바논의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와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 이용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 동안 이어졌으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심화했습니다.
레바논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 지원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레바논은 1975∼1990년 장기 내전 등으로 국토가 황폐해졌고 2011년 이후에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습니다.
레바논은 이슬람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계 마론파 등 18개 종파가 얽혀있는 '모자이크 국가'이며 종파 간 갈등이 정치·사회적 문제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 15년간 폭발 공격만 13건에 달합니다. 대부분은 이슬람 종파 간 갈등에서 비롯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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