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연계' 국제사회 불신 해소 못해
"중국 IT 기업 글로벌화 한계 입증"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 장이밍.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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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처럼 국경 없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
8년간 세계 최고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향해 내달렸던 중국 기업가의 원대한 꿈이 며칠 만에 무너졌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장이밍(張一鳴ㆍ37)은 ‘세계화 전략’의 첨병으로 점찍은 자사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단단히 찍히면서 사업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용 금지’란 철퇴를 앞세워 틱톡을 압박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미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사업권을 넘기라는 유예 조건을 내놨다. 미국이 짐짓 선심을 쓴 것 같지만 매각이 성사돼도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 기반은 사라지는 셈이다. 창업 8년 만에 기업가치 1,100억달러(131조4,000억원)를 찍은 정보기술(IT) 귀재도 엄혹한 국제정세를 피할 방도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장이밍도 미국이 틱톡 퇴출 근거로 내세운 이용자 정보 유출 문제를 무작정 방치했던 건 아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장이밍은 중국에 기반을 둔 세계적 기술 회사를 꿈꾸며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했다”고 평했다. 가령 틱톡 중국 버전인 ‘더우인’을 별도 운영해 중국 이용자의 틱톡 접근을 불허했고, 틱톡 이용자 정보도 미 버지니아주(州)와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에 보관했다. 모두 틱톡과 중국 정부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였다.
올 들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틱톡의 ‘탈(脫) 중국’ 전략을 추진했다. 틱톡 CEO로 미국인이자 디즈니 임원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영입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틱톡 서비스 장점과 함께 경영진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의회에 적극 알렸다. 장이밍 본인이 공산당원이 아니라는 점도 서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가 터져 미중 갈등이 고조됐을 땐 틱톡의 홍콩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선제적 조치도 내놨다. 또 영국 런던에 틱톡 글로벌 본사 설립을 검토하는 등 중국 이미지를 벗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갖은 노력도 미 정부의 불신을 걷어내진 못했다. 비단 미국 만이 아니다. 틱톡은 중국과 국경 갈등을 빚는 인도에서도 퇴출됐고,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선 캐나다, 호주 등도 문제를 삼으려 잔뜩 벼르는 중이다. “틱톡과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별개”라는 주장 역시 국제사회에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 나라는 틱톡을 여전히 공산당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중국 기업으로 인식한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틱톡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매각 밖에 없다”면서도 “장이밍이 진짜 원한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련이 남았는지 그는 MS와 인수 협상에서 본인의 틱톡 지분을 남겨두려다가 트럼프의 엄포에 결국 전량 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후폭풍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중국 내 후발주자들에도 미치고 있다. IT 업계는 이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려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정도만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 IT 산업의 세계화에 명확한 한계선이 그어진 것이다. 암울한 상황에서 중국 내 여론마저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의 강압적 요구를 수용했다는 이유로 장이밍에게 ‘반역자’ ‘매국노’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장이밍에 대해 “토론을 허용하는 미국을 칭찬하더니 (미국에) 한 대 맞고서도 왜 맞서지 않냐”는 식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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