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방임 관련 참고인 20명 조사
거짓말탐지기·대질조사 고려
거짓말탐지기는 참고인만 대상
대질조사 수용 밝힌 참고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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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 측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대질조사와 거짓말탐지기 사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이같은 수사기법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며 이미 충분한 증거를 제출한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4일 "현재까지 박 전 시장 성추행 방임 관련 참고인 20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부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이 다른 부분이 있어 대질조사와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탐지기의 경우 동의하에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이 다른 부분에 대해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단계에선 참고인들만 대상"이라며 "대질조사는 수용 의사를 밝힌 참고인이 있지만 희망한다고 해서 조사를 다 하는 것은 아니며 수사에 의미가 있는 경우 선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 "피해자도 대질신문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상당히 힘들고 지친 상태여서 전문가를 통해 피해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임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시 전ㆍ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참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부서 변경을 요청받은 기억이 없고 비서실에서 타 부서로 인사이동을 먼저 권유했다고 진술하며 의혹을 적극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에게 피해자를 포함한 3명의 인사이동을 수차례 보고한 증거도 제출받아 들여다 보고있다. 2018년 11월에 작성된 '시장실 직원 인사 관련 검토 보고'에는 '(피해자가) 시장실 비서로 3년 4개월 근무 중' '이번 인사에서 7급으로 승진시 전보 조치 및 적합한 후임자 검토 준비' 등의 표현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진이 되지 않을 경우 승진 가능한 부서로 전보 배치 검토' '공직 생활 및 경력에 비춰 실무부서 근무가 필요한 시점임을 감안'이라는 내용도 박 전 시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피해자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지난 달 22일 열린 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측은 "피해자는 4년 넘게 동안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ㆍ현직 비서관들에게 말해왔으나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수사기관하고 협조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요청이 오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인권위에서) 협조요청이 온 사안은 없지만 피해자 측이 진술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요청을 하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협조할 것"이라며 "참고인 진술이나 기타 증거 관계 등은 수사서류에 포함돼 협조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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