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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때아닌 4대강 공방

4대강에 22조 쏟았는데…왜 ‘홍수 피해’는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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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개방해 홍수 피해?

전문가들 “근거 없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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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조대가 지난달 30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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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사이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 하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금강의 지류인 대전 갑천이 범람해 사망자 1명과 460여건의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주택이나 농경지, 차량 침수 피해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접수되고 있다. 3일 오후 7시 현재 4대강 인근 지류에 발효된 홍수 특보만 포천시 영평교, 여주시 원부교, 아산시 충무교 등 9건에 달해 더 많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가 잇따르자 온라인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의 이유 중 하나로 홍수 예방을 들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4대강 일부 보를 개방해 수위 조절이 불가능해져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연간 홍수 피해액이 2조7천억원(액수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이라며 22조원 혈세를 4대강 사업에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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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과 홍수 피해를 연관 짓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전에도 공사 지역인 본류 부분은 큰비가 오더라도 견디게끔 이미 정비사업이 완료된 상황이었다”며 “홍수는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와 도심 하천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곳 그냥 두고 본류를 정비해 홍수를 막는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해통계연보를 봐도 우리나라 홍수 피해는 4대강 본류 지역이 아니라 경남 산청, 강원 정선, 경북 영양 등 산간 지역에 더 집중됐다. 태풍 매미(2002년)와 루사(2003)가 발생해 홍수 피해가 컸던 1999~2003년의 연평균 홍수피해액을 본류와 지류로 구분하면 지방하천과 소하천 지역의 피해비율이 96%로 집중됐다. 이번 침수 피해가 발생한 대전 갑천과 여주 청미천 등도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가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보는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시설이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수위 상승을 유발하는 ‘홍수유발시설’”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보의 치수 효과는 없다고 확인됐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도 보의 용도에 홍수방지 기능 자체가 없다는게 신 국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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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칠곡보 인근에서 포크레인이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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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데 쏟아부은 혈세 중 일부만이라도 방재시설 정비에 사용했다면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상 기후로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상황이지만,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정부에서는 오래된 배수시설을 확충하거나 빗물저류시설 설치하는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댐이나 보 등의 시설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은 국장은 “우리 대도시의 경우 시간당 65mm를 견디도록 시설이 정비돼 있는데 중간에 시설이 문제가 생기거나 더 많은 비가 내릴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설로 침수피해를 줄인다는 관점보단 물이 흐를 수 있게 저지대 지역의 소규모 가구들을 이주시키거나 도심 반지하 주거지를 줄여나가는 등 방법으로 안전문제와 도시계획을 기후변화 상황에 맞춰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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