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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뜨거운 감자 된 윤희숙·용혜인 연설

“투쟁은 윤희숙처럼” 무기력 통합당에 ‘역대급 연설’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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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없이 핵심 찌르기, 대안 제시 '윤희숙 연설 호평
통합당, 당분간 장외투쟁 없이 합리적 원내 비판에 초점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날 5분짜리 연설로 일약 '스타 초선'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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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란 평가를 받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난달 30일 5분 본회의 연설은 그 반향도 역대급이었다. 여당이 밀어붙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그의 연설엔 “이제야 제대로 한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같은 호평이 쏟아졌다. 윤 의원을 겨냥해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이라 힐난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되레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본다”며 역풍을 맞았다.

통합당도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당장 2일 당내에서는 “투쟁은 윤희숙처럼”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원내에서 176석 거대 여당에 번번이 깨지고, 그렇다고 거리로 나가지도 못하는 통합당에 ‘윤희숙 모델’이 투쟁의 교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윤 의원은 21대 총선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된 경제학자 출신 초년 정치인이다.

윤 의원의 연설이 화제몰이를 한 요인으로는 막말과 비하 없이 핵심을 찔렀다는 점이 첫째로 꼽힌다. 윤 의원은 임대차법이 불러올 수도 있는 ‘전세 실종’ 문제 등을 언급하며 여당이 축조심의 없이 이틀 만에 임대차법을 속전속결 처리한 점을 비판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부작용)을 점검하지 않고 법으로 달랑 만드나” 정도가 가장 수위가 센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에 빗대는 등 노골적 표현으로 논란이 되면서 공격 초점만 흐렸던 과거 지도부와는 결이 달랐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간 통합당은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다는 인식이 강했고, 이 때문에 ‘발목 잡는 야당’이란 수식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지적에만 그치지 않고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등을 점검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정 계층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정서를 대변했다는 것도 공감을 얻은 지점이다. 윤 의원의 연설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해 임대차법 시행으로 자신을 포함한 임차인들이 겪게 될 수 있는 어려움을 짚었다. 영남권 초선 의원은 “너희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 표현한 윤 의원 화법에서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윤 의원이 한때 2주택자였고, 지금도 ‘임차인이자 임대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대세를 꺾지는 못했다.

윤 의원의 연설이 모처럼 야당의 존재 필요성을 증명하면서 ‘장외투쟁’ 전술은 당분간 당에 발붙이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매번 깨지더라도, 국회 안에서 여당의 폭주를 비판하고, 최대한 견제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4일 본회의에도 윤 의원처럼 국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잘 전달할 의원들로 발언자 진용을 꾸릴 것”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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