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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신상 안 밝히면 미투 아니다? 이것도 ‘2차 가해’ [미투 그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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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예시 항목 만들어보니

명예훼손·무고죄로 역고소 등 해당

가해 정의·징계절차 규정 필요성 대두

세계일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2차 피해(또는 가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차 피해의 패턴은 대체로 비슷하다. 성폭력 폭로가 끝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피해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피해자는 한 명인데 2차 가해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행해진다. 피해자들이 무력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2차 가해 행위에 일조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성희롱 구제조치 효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가 2차 피해 중 가장 흔한 유형인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나 소문 유포’에 대해 “2차 가해라는 인식은 하지만 징계 대상 행위까지는 아니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러한 행위에 대한 징계 규범이나 규율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직 구성원들은 대체로 스스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기보다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최근 2차 가해의 정의 및 징계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본지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 자문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16개 예시 항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구성했다. ‘미투는 신상을 밝히고 하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 ‘사소한 성폭력 피해로 미투하는 건 과하다’, ‘가해자가 조직을 떠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된다’ 등이 항목에 포함됐다. 조소연 사무국장은 “이 같은 2차 가해 양상을 사회가 인지하고 주의함으로써,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의 경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피해자의 고통과 두려움을 가중하기도 한다. 역고소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이 역시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무고죄 관련 검찰 통계를 분석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 ‘성폭력 무고 고소라는 2차 가해’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 고소 사건은 불기소(84.1%)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 사례도 5.9%로 극히 소수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성폭력 무고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인식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성폭력피해상담 분석 및 피해자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는 성폭력 역고소에 대해 “한국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이에 따라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2018년 한국 정부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형사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정지혜·박지원·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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