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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부산 찍고 제주로…하늘길 메운 서퍼들

매일경제 지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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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부산 찍고 제주로…하늘길 메운 서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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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서프보드 위에 올라가 서핑 코치와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지난달 29일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서프보드 위에 올라가 서핑 코치와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서핑 스폿마다 수심과 파도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해수욕장을 옮겨다니면 재미가 2배예요. 싸고 빠른 항공 노선 때문에 서핑 스폿 투어를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 해수욕장. 굵은 빗줄기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100여 명의 서퍼가 파도에 몸을 실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여름휴가 중이라는 정 모씨(45·서울)는 전날까지 강원도 양양의 중광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겼다고 했다. 정씨는 "김포~양양 항공 노선을 이용해 양양에서 서핑을 한 뒤 부산 송정 해수욕장에서 서핑을 마무리하는 계획을 짰다"고 했다.

그는 "양양~김해 노선 결항 문자를 받은 뒤 강릉~서울역~부산으로 가는 KTX도 생각해 봤지만 양양~제주~김해 항공 노선을 끊었다"면서 "제주를 거치긴 했지만 양양에서 부산 도착까지 3시간이 걸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절약됐다"고 만족해했다. 정씨가 들렀다는 양양군 중광정해수욕장은 최근 하루 수백 명의 서퍼들로 인산인해다. 지난 31일 밤 김포~양양 노선을 타고 양양에 도착해 1일 서피비치에서 친구와 서핑강습을 받은 조모씨(23·서울)는 "자차로 왔다 갔다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다"면서 "KTX도 생각해 봤지만 강릉을 경유해야 해 항공사와 서핑업체의 공동 프로모션을 보고 공항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재성 서피비치 서핑팀장은 "성수기 하루 최대 강습 인원이 500~600명인데 올해는 작년 대비 1.5배 늘었다"면서 "최근에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서퍼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 하늘길이 서퍼들의 '이동 루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3대 서핑 성지로 불리는 강원도 양양과 부산(송정해수욕장), 제주(중문 해수욕장)를 연결하는 항공 노선이 올해 본격 열린 데다 차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기회비용 포함)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50만명의 서퍼가 다녀간 양양은 지난해 11월 양양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는 플라이강원이 양양~제주 노선을 띄운 데 이어 지난달 17일 김포~양양 노선을 추가 개설해 양양에서 서울 부산 제주까지 직접 이동이 가능해졌다. 오는 14일엔 양양~대구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박준규 서피비치 대표는 "전국 주요 서핑 스폿이 항공 노선으로 연결되면서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양양~부산~제주' 서핑 스폿을 휴가철에 모두 도는 새로운 트렌드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 서핑 전문 숍 서핑코리아를 운영하는 류성희 대표는 "서핑은 체력 소모가 많다. 장시간 운전으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서핑은 힘들기 때문에 항공편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핑 스폿을 가까이 둔 지방 공항과 해당 지자체가 크게 웃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3만5160명이 이용한 양양공항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9만6379명이 이용해 174%의 여객 증가율을 기록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전환되는 데다 서핑 등 해수욕 인파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플라이강원과 서핑업체가 내놓은 7만원 짜리 에어 서핑 상품(김포~양양 왕복+서핑강습)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전국 서퍼의 절반 이상이 해마다 찾고 있다는 양양군은 "한해 서핑으로만 1년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3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인근 고성·강릉도 서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4년 4만명에 불과하던 서핑 인구가 6년 만에 50만 명 가까이 성장하면서 서프보드 시장도 부쩍 커졌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서핑 스팟이 발달한 강원도(101)와 제주도(35), 부산시(27)에서만 총 163개소의 서프보드 수상레저사업장이 등록돼 성업중이다. 2017년 109개소에서 2년여만에 무려 50% 이상 급성장했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코로나19는 여가 등 인간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지방공항의 역할을 찾아 국민은 물론 해당 지자체, 연관 산업까지 함께 윈윈하는 상생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양양·부산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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