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회색의잔영’을 소개하는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 |
라인게임즈(대표 김민규)의 신작 콘솔 게임 ‘베리드스타즈’의 반응이 뜨겁다. PS4 및 닌텐도 스위치 버전 한정판과 일반판 예약판매와 초도물량이 전량 매진되며 호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라인게임즈는 일반판 패키지 추가 발매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호응은 ‘검은방’, ‘회색도시’ 등으로 한국 어드벤처 게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진승호 스튜디오라르고 디렉터의 이름값이 통했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수년 전부터 콘솔 게임 개발을 뚝심 있게 추진해 온 김민규 대표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베리드스타즈’의 흥행 성과를 현재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내에서 콘솔 게임 판매량은 일부 수십만 장이 팔리는 초대형 인기작이 아니면 수천 장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만 장만 팔려도 성공작에 속했다.
그러나 업계는 라인게임즈의 이례적 시도를 주목한다. 라인게임즈의 콘솔 시장 공략은 2017년 이전부터다. 넥스트플로어로 불리던 2017년 PS4 액션 게임 ‘키도: 라이드온타임’의 다운로드 버전을 출시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이에 앞서 ‘베리드스타즈’의 개발 소식과 ‘창세기전’ 리메이크 계획도 공개했다. ‘창세기전’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한 것은 2016년이다. 비교적 일찍부터 콘솔 게임 개발에 힘을 쏟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통 콘솔 시장에 걸맞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스토리적 완결성이 중요시되는 콘솔 게임 제작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완전 새로운 게임을 제작하기보다는 기존 PC온라인게임의 콘솔 버전을 제작하곤 했다. 최근 사례도 콘솔 게임이라기보다는 온라인게임을 멀티플랫폼으로 전개하는 것이 다수다.
관련 시장 진입 장벽도 만만치 않다. 당장 콘솔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패키지상품을 제작해 유통하기 위해서는 제작 비용에 플랫폼 수수료, 유통 수수료 등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다운로드 판매 방식이 늘어나기 전까지는 콘솔 게임 개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실제 ‘베리드스타즈’를 제작한 진승호 디렉터는 “실물 패키지를 만드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라인게임즈의 사업지원실, 디자인팀 등 수많은 팀이 고생해서 겨우 나왔다”고 어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리드스타즈’는 순수 콘솔게임으로 완성됐다. 이는 최근 세부 내용을 발표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도 마찬가지다. 메인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다. 향후 거치형 콘솔 플랫폼도 포함한다.
완성도에 집중하는 노력도 돋보인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출시 예정일은 2022년이다. 2017년 초 처음 리메이크 계획이 발표된 이후 거의 6년에 가까운 시간이 투입되는 셈이다. 당초 소규모 인원으로 빠르게 제작해 선보이는 것을 고려했으나 플랫폼의 변화, 창세기전 IP의 가치 등을 고려해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김민규 대표의 결단이 있었다.
콘솔 게임 시장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비주류에 가깝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르다. 2019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459억6800만달러였다. 한화로 54조원을 웃돈다. 전체 게임 시장의 27.5% 비중이다. 오는 2021년에도 26%의 비중을 유지하며 주요 시장으로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장 크긴 하지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북미,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게임강국은 콘솔게임이 근간을 이룬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네오위즈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 시장 도전에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올해 화두로 ‘글로벌’을 제시하고 다수의 콘솔 게임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라인게임즈의 콘솔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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