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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뜨거운 감자 된 윤희숙·용혜인 연설

"전 임차인입니다" 전율의 5분 연설, 윤희숙이 우려한 '아찔한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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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지난달 30일) 연설이 화제입니다. 임대차 3법을 조목조목 비판한 5분 연설 영상입니다. 윤 의원의 블로그에는 "응원합니다""감동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윤 의원은 답글을 통해 "옳다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 공감해주셔서 조금 놀랐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중앙일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문제제기로 주목받고 있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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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주택 임대차보호법이 협의도, 설명도 없이 31일부터 곧장 시행된 탓에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을 위해 연설 원문에 설명을 달았습니다.

■ "임차인이지만 기쁘지 않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30일 표결된 법은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입니다. 세입자가 원하면 4년(2년+2년)간 임대 계약을 보장하는 계약 갱신 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합니다. 이 법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아래 국회 본회의 의결(30일) 다음날 바로 시행됐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속전속결입니다.

▶윤 의원은 임차인이면서, 임대인입니다. 자기 집(서울 성북구)을 전세 놓고, 본인은 다른 집(서울 서초구)에서 전세 사는 흔히 있는 주거 형태입니다. 발언과 달리 연설 원고에는 "저는 임대인이자 임차인입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 의원은 2주택자였으나 최근 세종 집을 팔았습니다. 그는 "2013년 공공기관 강제이전 때 국가가 특별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안긴 집"이라며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어떤 불필요한 빌미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임대시장은 매우 복잡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상생하면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을 편들려고 임대인을 불리하게 하면 임대인으로서는 가격을 올리거나 시장을 나가거나입니다.

▶전세 품귀는 이미 현실화했습니다. ‘대전(대치동 전세) 산다’는 말이 만들어졌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세가 씨가 말랐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는 3710가구 중 전세 매물이 단 3개(30일 기준)뿐입니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KB국민은행)는 지난 6월 180.1을 기록했습니다. 전세 대란을 겪었던 2015년 11월 이후 최악의 전세난입니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 관계는 이미 금이 갔습니다. 전세 만료에 맞춰서 매매 계약을 하려다 임차인이 2년 더 살겠다고 해 전전긍긍하는 매수·매도인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 수리를 해주지 않겠다”“임차인을 깐깐하게 고르겠다”는 집 주인의 불만이 담긴 글들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 "전세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을 반대하느냐. 절대 찬성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부가 부담을 해야 합니다. 임대인에게 집을 세 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여러분들이 모두 다 아시겠지만, 전 세계에 없는 특이한 제도입니다.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습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전세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벌써 전세 대란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세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세 비중은 높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월세 거래의 62%가 전세입니다. 그러나 저금리와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 대신 반월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값이나 세금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못하면 굳이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임차인 부담은 늘어납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7%의 전환율을 적용하면, 5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바꿀 경우 약 291만원입니다. 올해 도시 근로자 1인 월평균 소득(264만원)보다 많습니다.

■ "전세계약 1년 늘리는데 임대료 30% 올라"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 문제가 나타났을 때 정말 불가항력이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30년 전에 임대 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단 1년 늘렸는데, 그 전해부터, 89년 말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해서 전년대비 30% 올랐습니다. 1990년은 전년대비 25% 올랐습니다. 이렇게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5%로 묶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지금 이자율이 2%도 안 됩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 놓지 않고 아들, 딸한테 들어와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겁니다.

▶윤 의원이 제시한 통계는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전셋값 통계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988년 7.01%, 89년 29.6%, 90년 23.65%입니다. (90년 25%라고 말했으나 연설문에는 24%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91년 4.75%로 상승률이 둔화했으나 계약 기간을 1년 늘리는 것 만으로도 임대료가 급등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2년이 늘어납니다. 신규 계약에선 기간을 4년으로 잡고 임대료를 책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셋값은 이미 많이 올랐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5㎡(이하 전용면적)는 한 달 만에 9억원에서 11억원이 됐습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은 2주만에 전셋값(8억9000만원)이 9000만원 올랐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27일 조사 기준)은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주간 상승률(0.14%)을 기록했습니다.

▶아예 전세를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있습니다. 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입니다. 주거 환경은 좋지 않지만, 전셋값이 싸서 생계를 위해 도심에 살아야 하는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규제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집주인들이 차라리 집을 비워놓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1000만의 삶 좌지우지하는데 심의도 안해"

불가항력이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나라 1000만 인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법을 만들 때는 최대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라고 상임위원회의 축조심의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 등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축조심의(逐條審議, discussing clause by clause)는 법조문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의결하는 심의 방식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할 수 있어 법 제·개정에 따른 작은 변화와 부작용까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주로 국회 상임위원회, 특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용합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사위에 법안이 상정되고, 심사·의결하는 데까지 단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였습니다. 통합당 의원들은 "정확한 시뮬레이션도 없이 청와대에서 하명한다고 해서 이렇게 밀어붙인다"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나갔습니다.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28시간이었습니다.

▶개정된 법에는 윤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임대 소득 외에는 수입이 없는 고령 임대인에 대한 안전장치 등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부자 임차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서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땜질 처방'이란 비판을 비껴가긴 어렵습니다.

■ "배짱과 오만…민생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걸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심의 없이 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역사와 부동산 정책의 역사와 민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KDI 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는 연설 전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경제학자로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의 무지함과 뻔뻔함에 분노가 치민다"고 적었습니다.

최현주·김영훈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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