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추며 ‘속도조절’ 모양새
과거 문 대통령 비판도 반성
친문 등 견제 기류 차단 나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56·사진)가 30일 “바람과 같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상종가를 보이자 몸을 낮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친문재인(친문)계’와 목소리를 함께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뒤 “(최근 지지율 상승세는) 작은 성과에 대한 국민들의 격려일 텐데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바람과 같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의원을 오차범위 내 격차로 추격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다보니 이 지사 주변에는 긴장감도 돌고 있다. 한 측근은 “대선까지 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지지율이 빨리 오르면 그만큼 빨리 떨어질 수 있다”며 “이번 발언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정책 행보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본소득과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이재명표 정책’의 안착을 위해 여야 의원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당내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의 견제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사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뒤 친문 세력은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이 지사는 지난 28일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내가 좀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반성했다. 29일에는 다른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당한 일, 요즘 하는 일에 대해 제가 동병상련”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국면도 이 지사가 기반을 다지는 데 좋은 기회 요인이다. 조직세가 취약하고 고정 지지층이 두껍지 않은 만큼 일부 당권주자와 연대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27일 김부겸 전 의원을 만나 ‘연대론’에 불을 붙였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도 팬덤이 확실한 이 지사가 필요하고, 이 지사도 영남권 주자인 김 전 의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도 이날 이 지사를 찾아 20여분간 면담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