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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어제(29일)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애초 지난 4월 말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적용 시기가 석 달가량 늦춰졌습니다.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동대문, 노원 등 18개 자치구 309개 동과 경기 하남, 광명, 과천 등 3개 시 13개 동이 적용 대상입니다.
사실 이 분양가상한제라는 제도가 이번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처음 도입된 것이 1977년이니, 나이로 치면 벌써 마흔이 훌쩍 넘었습니다. 대신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민간택지로까지 확대된 것은 2007년인데, 1년 뒤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2010년 분양가상한제가 축소됐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그 적용 범위가 변경돼 왔습니다.
어쨌든 이 같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정부가 이 시점에 꺼내 들었다는 것은 짚어볼 대목입니다. 한마디로 그만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는 집값이 오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라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절대 선'이란 것은 없습니다. 이 분양가상한제에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정부 바람대로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물론 있습니다. 과연,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 "반값도 가능"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은 못 올리게 '상한 가격'을 정해두는 것입니다. 가령 "아파트를 분양할 때 3.3 m⊃2;당 1,00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없다" 이렇게 막아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상한 가격'을 특정 주체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 정교한 계산법이 있는데, <토지 비용 + 건축 비용 + 건설사 기본 이윤>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게 됩니다. 이 경우, 그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주변 집값도 내려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실제 분양가는 과연 어느 정도 내려가게 갈까요? 제도가 이제 막 시행됐고, 아파트 사업장마다 택지비와 건축비가 다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가격을 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대략적인 범위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상한제 적용 시, 절반으로 낮아지는 분양가 시뮬레이션 (자료=경실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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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강남권(강남·서초·송파) 8개 단지, 비강남권 8개 단지, 총 16개 아파트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승인한 분양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강남권은 3.3㎡당 4,700만 원, 비강남권은 2,25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분양가를 계산해보면, 강남은 3.3㎡당 '4,700→2,160만 원'으로, 비강남권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250→1,139만 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토부도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시내 3개 아파트를 시뮬레이션해보니 분양가가 현재보다 20~30% 저렴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시뮬레이션대로라면, 실제로 서울은 실제 매매 가격의 절반 수준인 '반값 아파트'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HUG 분양가는 이미 시세의 70% 정도인데, 여기서 분양가가 낮아진다면 비현실적인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부동산 분석업체들은 분양가 하락 효과가 5~15% 정도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 "공급 부족해져 더 오를 것"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결국 집값은 더 뛸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의견을 내는 측에서는 "분양가가 낮아져도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수익이 줄어든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여 결국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분양가 하락→건설사 수익 감소→주택 공급 감소→집값 상승', 이런 악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가격 상한이 생길 경우, 공급량은 감소 (자료='맨큐의 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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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한'이 정해져 있으면 정말 공급이 줄어들게 될까요? 실제로 경제학에서도 '가격 상한이 정해져 있을 때,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그래서 대학 경제학과에서 교제로 널리 사용하는 교과서('맨큐의 경제학')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봤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아이스크림값을 예로 들었지만, 이를 아파트로 대치해도 무관할 듯합니다.
그래프를 보면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2달러라는 '가격 상한'이 생기면, 기존 시장에서 3달러에서 팔리던 것이 2달러로 낮아집니다 (1). 이렇게 실제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도 A점→B점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2). 적어도 경제 원론적으로는, 공급자들은 낮아진 가격으로 이익이 줄어들어 실제 공급을 줄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게 되고, 시세는 다시 원래보다 더 높은 가격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단기적으로는 소수의 이른바 '로또 당첨자'들이 나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부족해져서 집값 안정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물론 교과서에 실린 이론과 현실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성호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른 아파트 분양가 비교분석')을 보면, 설문에 응한 부동산·금융·건축 관련 전문가 148명 가운데 59명(39%)은 "공급 물량은 분양가상한제 그 자체보다는 주택시장의 유동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다시 말해,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공급 부족은 금리나 유동성, 코로나19, 정부 정책 등 여러 외부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공급 물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한 전문가도 23명(15.5%)이나 됐습니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조금 혹은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각각 52명(35.1%), 14명(9.5%)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응답한 전문가의 절반 이상이 '분양가상한제→공급 감소'란 공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주택 공급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연구를 수행한 이 교수도 해당 논문에서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사업 수익성이 악화해 주택 공급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건설업계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연구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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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이 같은 논쟁과 이견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적 사실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앞선다는 점입니다. 또한, 부동산 가격도 수요-공급의 원리를 적용받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라는 정부의 정책 의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어느 순간 시장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공급량이 줄었다'라는 판단을 하게 되면, 앞서 보신 그래프처럼 가격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분양가상한제 혜택을 받은 최초 분양자가 과도한 큰 이익이 가져가는 것을 억제하거나 또는 일부 환수하는 보완책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른바 '로또 청약'만 바라보며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그런 부작용도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렇게 지적하기는 쉽지만 막상 대안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수많은 경제적 변수에, 사람 심리까지 다 포함해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을 풀어내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래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국민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제 국민은 말이 아닌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세현 기자(vetm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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