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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외환시장을 큰 혼란에 빠트렸던 증권사들의 ELS(주가연계증권) 규모가 여전히 늘고 있다.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의 경우 외환 수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환 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가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ELS 관련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ELS 발행잔액은 53조2909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2% 증가했다. 지난해 말 48조3025억원보다 10.3% 늘었다. 올 들어 매달 꾸준히 증가했다.
ELS 신규 발행 규모는 1월 6조7609억원, 2월 6조9565억원이었다가 코로나19(COVID-19) 충격이 강타한 3월에는 3조867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4월 2조950억원 △5월 1조3746억원 △6월 2조2689억원 △7월 1조9193억원 등으로 둔화 양상이지만 조기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총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ELS란 주가지수와 연계해 특정 기간 동안 기초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쿠폰수익(이자)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적으면서도 연 5~6%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ELS는 지난 3월 국내외 증시가 동반 폭락하며 금융시장을 뒤흔든 뇌관으로 작용했다. 미국, 유럽, 홍콩 등 세계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유로스톡스50, S&P500, 항셍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에 수천억원에서 1조원 단위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ELS를 운용하기 위해 해외 선물·옵션에 투자해왔다. 통상 증권사가 ELS를 운용할 때는 투자금의 80~90% 이상을 국공채, 회사채, 여전채 등 채권에 담고 남은 10~20%를 ELS의 기초 자산이 되는 지수의 선물·옵션에 투자한다.
기초 지수가 오르면 선물·옵션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지수가 떨어지면 기존에 담고 있던 채권 일부를 팔아 그 돈으로 추가매수, 즉 '물타기'를 한다.
다시 기초지수가 반등하면 선물·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낸다. 채권 이자와 선물·옵션 차익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쿠폰 수익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3월 폭락장에서 벌어졌다. 대부분 ELS가 기초지수로 활용하는 유로스톡스50 지수는 3월 초부터 2주 동안 약 30% 폭락했고 미국의 S&P500 지수도 같은 기간 20% 넘게 빠졌다. 지수가 하루에 10% 가까이 폭락하는 현상이 매일같이 나타났다.
글로벌 지수의 폭락으로 해외 선물·옵션에 투자한 증권사에는 대규모 마진콜이 들어왔다. 선물·옵션에 투자하려면 계약불이행 방지를 위해 청산소에 일정 규모의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증거금이 일시에 부족해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즐겨하는 신용거래와 같은 방식인데 담보비율이 떨어지면 증거금을 채워넣거나 포지션을 정리해야 한다. 3월 폭락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총 마진콜 규모는 약 8조원에 달했다. 한 대형 증권사는 '조'단위의 마진콜을 받으면서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 말까지 나왔다.
문제는 ELS와 관련해 증권사들이 넣어야 했던 돈 대부분이 '달러'였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ELS에 담고 있던 채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회사채와 CP(기업어음) 금리는 급등했다. 그 돈을 대거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급락)하기 시작했다.
연초 1150원때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19일 최고 1296원까지 치솟았고, 이로 인해 제2의 외환위기설까지 돌았다. 이 문제는 3월19일 600억달러(72조원)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서 진정됐다.
이후 국내외 증시가 동반 반등하면서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는 다시 정상가격으로 올라왔고 증권사들의 마진콜도 해소됐다. 오는 9월 통화스와프가 종료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금융 충격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당시 문제가 발생했던 증권사 관계자는 "마진콜 이슈가 발생한 후 자체 헤지비중을 크게 조정했고 외화현금 확보를 늘렸다"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책 결과와 당국의 권고를 보면서 충분한 보완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LS 잔액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3월과 같은 충격이 재발할 경우 증권업계 발 금융시장 혼란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근본적으로는 ELS 발행규모를 줄이고 자체보유 현금을 늘려야 하는데, 해외부동산 펀드같이 외화유출이 수반되는 상품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는 ELS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ELS 총량규제 등을 비롯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도 ELS 자체 헤지(위험회피) 규모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등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반준환 기자 abcd@,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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