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이동환 목사 재판 회부
“부당한 비난으로 단죄 말아야”
성소수자 단체·시민들 탄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한 목사의 동성애 옹호 행위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동성애를 ‘n번방’에 비유했다.
감리회 제33회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는 28일 성명에서 “이동환 목사가 목사 가운을 입고 인천 퀴어축제에 참가해 동성애자들을 위해 축도한 행위를 반기독교적 행태로 규정한다. 이것은 목사 가운을 입고 n번방이나 음란물 제작 촬영 현장으로 달려가 축도한 행위에 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동환 목사의 회개와 사과가 없을 시 현 교리와 장정, 범과에 따라 감리교회의 거룩함을 위해 재판위원회는 그의 출교를 반드시 가결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감리회는 지난 6월17일 이 목사를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에 근거해 교회 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감리회는 이 목사가 지난해 8월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한 것을 문제 삼았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범과(犯過·잘못을 저지름) 중 하나로 규정한다. 이 목사가 재판에서 진다면 목사직 정직, 심하게는 출교 조치를 당할 수 있다(경향신문 6월27일자 9면 보도).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9일 통화에서 “n번방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행위인 반면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지향에 따른 자유로운 행위이며 타인의 권리 침해와 무관하다”면서 “동성애를 범죄행위와 뒤섞어 부당하게 비난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n번방 사건을 퀴어축제와 유사하다고 보는 것은 특별히 더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일부 개인의 언사가 아니라, 공신력 있는 감리회 총회의 대책위에서 이런 성명을 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단체와 시민 600여명은 최근 탄원서를 내고 “성서의 가르침대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저 없이 연대의 손을 건넨 이동환 목사를 교회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이 목사를 모진 혐오와 차별, 배제의 잣대로 단죄하지 말아주시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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