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부터) 병행수입 상품과 공식수입 상품. 가격과 상품 구성이 다르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병행수입·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구 반대편 나라의 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몇 번의 마우스 클릭과 키보드 타이핑이면 충분하다. 검색창에 특정 제품명을 입력하자마자 AI가 전 세계 판매처의 수백 가지 상품을 낮은가격순, 판매인기순, 평점높은순 등으로 입맛에 따라 정렬해준다. 당연히 낮은가격순 최상단 탭의 상품이 판매인기순 1위를 동시에 석권한다.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한 제품에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자연스레 대다수 소비자의 마우스도 최저가 상품을 가리킨다.
그러나 최저가 제품 대다수가 병행수입(정식 업체가 아닌 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수입하는 형태) 혹은 직접구매(이하 직구) 제품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식 수입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병행수입이나 직구 상품의 큰 장점이지만 그만큼 감수해야할 위험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병행수입·직구 상품은 공식 루트를 거치지 않은 만큼 본사로부터 교환이나 환불 등의 A/S를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100% 정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다. 수출자나 수입자가 판매 과정에서 속이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품을 유통할 수 있다. 현지 수출업자가 진정제품 확보 시 획득한 영수증을 가품과 함께 수입업자에게 보내고 진정제품은 뒤로 빼돌려 유통하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다.
게다가 해당 제품들은 유통 비용 절약을 위해 주로 온라인에서 거래되는데 오픈마켓의 경우 수입면장만 있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어 가품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허술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해외배송 상품의 경우 일체의 교환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제품의 교환과 환불을 애초에 차단하거나 터무니없는 환불 수수료를 물리기도 한다.
직구 상품 판매자가 정확한 제조일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반면 공식수입판매업자가 판매하는 진정제품은 해외 상표권자와 국내 독점 판매에 관한 계약을 맺으면서 상표에 대한 로열티 지급과 마케팅, A/S 제공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제품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A/S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병행수입·직구 형태로 상품을 구매한 뒤 문제가 생긴 경우 보상이나 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통상 제조사들이 공식 유통업체를 지정하는 경우 인증마크 표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니 잘 살펴보고 구매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무신사 관계자 역시 “고객이 구매 상품의 판매 형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 상단에 ‘병행수입’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행수입·직구 상품 판매자들의 물류 창고 관리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엔 에어컨, 제습기 등을 24시간 가동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병행수입·직구 상품 판매자가 얼마나 철저한 감독하에 물류창고관리를 하고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물류창고 관리가 미흡하면 곰팡이·제품 변질의 우려도 있다. 제품이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공식수입판매업자를 통해 구매한 제품이 아니면 보상 및 A/S를 받을 수 없다.
차성현 마법의손 피부과 대표원장은 “화장품은 항상 상온에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며 보관해야 하는데 공식 제품이 아니라면 룸 컨디션을 보장하기 힘들다. 한여름에는 자칫 실내 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가 화장품이 변형되기도 한다. 물과 기름층이 분리되는 것이 그 대표적인데 이런 화장품은 접촉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등을 발생시킨다. 가려움, 따가움, 홍조, 열감이 발전하면 여드름과 과각질화 현상이 나타난다. 환불 절차나 보상을 잘 받기 위해서는 공식몰에서 사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바이오더마, 아벤느, 유리아쥬 공식 수입 정품 인증마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
특정 제품을 사용한 뒤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와 엄격한 수입 절차를 밟아 안전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식수입판매업자 신뢰도에도 피해를 준다. 전국 올리브영 매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바이오더마’, ‘아벤느’, ‘유리아쥬’와 같은 프랑스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이런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공식 판권을 가진 한국 공식수입판매원이 존재하는 동시에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구 판매도 활발한 브랜드다. 각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는 높은 인기만큼 병행수입 또는 불법 수입업자를 통해 들어온 제품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한 공식수입판매업체 관계자는 “공식 수입된 정품이 아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유통기한이나 제품의 변질 및 부작용 등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공급되는 제품이 아니므로 보상 및 A/S를 제공할 수 없다. 여타 수입 제품들과 달리 화장품은 정식 수입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소규모 업체나 개인 사업체가 수입하기 어려운 품목이므로 정식수입판매원이 취급하는 안전한 화장품 정품을 사용해 피해를 예방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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