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오늘(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성추행 의혹뿐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까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입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전현직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을 불러 성추행 의혹 관련 혐의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박원순 피해자 측,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 >
서울시청 앞이 보랏빛 우산으로 물들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밝혀 달라는 겁니다.
[김재련/변호사 : 저희는 오늘 직권조사에 대한 요청을 하는 바이고요, 그 직권조사 요청 안에는 피해자가 진정을 통해서 판단 받으려고 했던 사실관계가 모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앞서 여성단체들은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아닌 진정조사를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조사만으론 제도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사 범위가 더 넓은 직권조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현재 믿을 수 있는 건 인권위밖에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김재련/변호사 : 직권조사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여성가족부도 오늘 서울시를 찾긴 했습니다. 내일까지 이틀 동안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황윤정/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지난 23일) :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라든가, 고충상담 처리 시스템 운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재발방지 대책은 수립되고 시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수 있고요. 그리고 조직 내 2차 피해 상황이 있는지 이런 여부들에 대해서도…]
그런데 여가부에겐 조사권도 징계권도 없습니다. 이번 점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여가부에 조사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존재 이유' 망각한 여가부" 얼마 전 한겨레 칼럼 제목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침묵과 뒷북으로 일관한 여가부에 날을 세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국회에 올라온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 불과 나흘 만에 10만 명 동의 요건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이런 의혹을 제기했었죠?
[김재련/변호사 (지난 22일) :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 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과 관련해서는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 이게 결국 피해자에게 돌아온 대답들이었습니다.]
경찰은 서울시 직원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전현직 비서실장 등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한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입니다.
피해자를 향한 '악성 게시글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4곳의 압수수색을 마쳤습니다. 현재 본문과 댓글을 누가 작성했는지를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피해자의 '고소장'을 퍼트린 관련자 3명도 입건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목사도 포함된 걸로 전해졌습니다. '중보 기도'라고 하죠. 딸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문건을 전달한 건데 더 많은 기도가 필요했던 걸까요? 이걸 다른 교회 관계자에게 다시 넘긴 겁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미투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지죠. 서지현 검사가 침묵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서 검사는 "평소 여성 인권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정 부분 정치적 사안으로 비춰졌나 봅니다. 그리고 이런 전제도 달았습니다.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밝혀가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아 보입니다.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저부터 통렬하게 반성합니다.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거를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어제 박 전 시장 사망 17일 만에 눈물로 사과한 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 그의 정치적 고뇌는 무엇이었을까요.
< '제왕적 총장' vs '제왕적 장관'…검찰개혁안 논란 >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가장 큰 문제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꼽았습니다.
[정영훈/법무·검찰개혁위원회 대변인 (어제) : 검찰총장이 지금 모든, 전국의 모든 2200여 명의 검사님들의 수사를 다 지휘를 할 수가 있습니다. 세계 형사사법 절차가 구축된 국가들에서 보기 드문 비정상적인 상황이고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해법은 이렇습니다.
[김남준/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어제) :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할 것, 고등검사장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하고 수사 검사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을 것.]
이른바 '검사동일체', 검찰 조직이 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에 따라 한몸처럼 움직였던 폐단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현재의 검찰총장은 이른바 제왕적 검찰총장으로서, 총장이라기보다는 '개개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 부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전임 법무부 장관, 박상기 장관께서도 최근 언론을 통해서 지적을 하신 바 있습니다.]
대신 법무부 장관에게는 전국 6개 고검장을 직접 수사지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습니다. 검찰 인사에서도 총장의 힘을 뺐습니다.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찰 인사를 결정하던 규정을 없애고, 총장은 검찰 인사위원회에만 의견을 밝히라는 권고했습니다. 여기에 '문민총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검찰총장에 검사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나 여성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날 개혁위 권고안을 대체로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검찰청법 개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법 개정을 함께 논의해야 할 야당은 이번 권고안에 부정적입니다. 당장, 검찰총장이 명예직이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장제원/미래통합당 의원 (어제) : 검찰총장에게 인사권 뺏어가고 수사지휘권 뺏어가고 또 무슨 감찰권까지 뺏어가면, 검찰총장이 명예직입니까? 검찰총장 힘 빼가지고, 도대체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권고안대로라면 '제왕적 법무장관'이 탄생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넘겨받게 되는 고검장. 고검장은 총장과 달리 임기 보장이 안 됩니다. 또 승진 대상자이기도 합니다.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장관 탄핵'이란 제동 장치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장관의 탄핵 소추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인사위원회 일정이 오는 30일로 잡혔습니다. 통상 검찰인사위가 열리면 당일 오후나 다음 날 인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늦어도 31일 중에는 검찰 인사가 단행될 걸로 보입니다. 추 장관이 '윤석열 사단'으로 대표되는 특수통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 경력이 있는 검사들을 중용할 거란 관측입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검찰에 남아있던 윤 총장의 동기들도 옷을 벗었습니다. 이래저래 윤 총장의 처지가 더 외로워질 듯합니다. 제가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제왕적 총장' vs '제왕적 장관'…검찰개혁안 논란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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