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신 채권단 아래 두고 구조조정 거쳐 부실자산 털어내는 방식 논의
항공산업 반등으로 SK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하이닉스 사례도 염두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 '플랜B' 마련에 착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에 대해 12주간의 재실사를 공개 요청하는 등 난항을 겪으면서 추가 자금 지원은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정 분쟁, 채권단 관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매각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매각 불발 가능성 염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재 여러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먼저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필요한 자금에 대한 산정이다. 앞서 지난 4월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68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작년말 1387%에서 올 3월말엔 6280%로 급격히 악화됐다.
신규 지원된 1조7000억원은 마이너스통장 형식의 '한도성 여신'이다. 아시아나는 이 가운데 4000억원가량을 빼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자금이 올 연말 무렵에는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초 지원 자금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될 것을 전제로 산정된 운영자금이라는 점에서 자칫 인수 불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82대의 항공기 중 52대가 리스 항공기이고, 매년 5000억원가량이 리스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B'에는 매각 무산 가능성에 방점을 둔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포함된다. 매각하는 대신에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것으로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만약 M&A가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채권단 아래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 자산을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공적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나서더라도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인수주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역시 자본잠식 상태라 떼어서 팔기도 어렵다.
인수 협상 결렬 시 법정 공방 가능성도 제기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와 인수 협상 결렬이 현실화될 경우 계약금 반환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 HDC현대사업개발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서 2500억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발생했다.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포기했다. 한화는 당시 인수금액 6조3000억원의 5%인 계약금 3150억원을 포기했지만 이후 소송을 통해 1260억원을 돌려받았다.
다만 채권단은 현재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와 같은 사례처럼 HDC현대산업개발 인수 후 항공산업의 반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떤 사업 협상에서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 통로를 열어둔 채 인수 의지 진정성에 대해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모든 가능성 감안해 협의 진행할 것"
금융위원회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깨지면 국유화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서 기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리 섣불리 이쪽으로 간다, 저쪽으로 간다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현재 M&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인만큼 관계기관간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특정 방향성을 전제로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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