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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李 위기극복·金 당권분리·朴 시대전환…친문표심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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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석 거대 여당을 이끌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 레이스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지난 주말 본격 막이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위기 극복 리더십'을 강조한 반면 김부겸 후보는 "태풍이 오는데 선장이 중간에 내릴 수 없다"며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세워 이 후보 견제에 나섰다. 깜짝 출마를 선언한 '최연소' 박주민 후보는 젊음을 앞세워 '시대 교체' 메시지를 강조했다.

민주당 합동연설 이튿날인 26일 춘천세종호텔에서 열린 강원도당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첫 연설 주자로 나선 박 후보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국회 운영이나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정적 당 관리나 차기 대선 준비를 뛰어넘어 위기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구호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며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믿고 두려움 없는 개혁에 나서는 과정을 통해 민주당을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바라는 모든 세력의 둥지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세' 이 후보는 "위기에는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당 대표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며 "지금 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서 뒤뚱뒤뚱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재난에 대처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며 총리로 일하면서 산불, 태풍, 지진 등에 안정적으로 대처했다고 자평했다. 또 "노인, 여성, 청년, 그리고 저소득층 등 약자의 아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감수성 높은 정당으로 성숙시키겠다"며 "시대 변화를 미리 알고 준비하는 미래 정당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당 쇄신을 약속했다. 이는 민주당 인사들의 말실수와 잇단 성추문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 완주를 약속한 김 후보는 "총선 승리의 기쁨이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여러 비판과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 적대적 언론으로부터 바로 레임덕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풍이 몰려오는데 '선장이 나 여기까지만 할래' 하면 안 된다"며 비유를 통해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7개월짜리 당 대표' 논란이 있는 이 후보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의 취약 지구인 영남에서 지금보다 지지율을 10% 올려야 한다"며 "그게 바로 제가 300만표를 가져오겠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에겐 새로운 꿈이 있다. 대한민국 양극화라는 수렁에서 국민과 함께 이겨나가는 꿈"이라며 획기적인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1호 법안'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내세웠다. 그는 연설 도중 "이럴 때는 박수 좀 크게 쳐 달라"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 대표 후보 연설 뒤엔 신동근, 염태영, 양향자, 한병도, 소병훈, 노웅래, 이원욱, 김종민 등 최고위원 후보 8명의 연설도 진행됐다.

한편 이번 합동연설회는 코로나19 여파로 규모를 최소화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선거의 핵심 축인 대의원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현장 연설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합동연설회는 시도당 위원장을 뽑는 '시도당 정기대의원대회'를 겸해 열려 해당 지역 대의원이 대거 참석했으나 이번엔 참석 인원을 5분의 1 수준으로 최소화했다.

이로 인해 '이낙연 대세론'이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언택트 전당대회를 표방하다 보니 현장 연설과 유세로 변수를 만들기 어려워졌다"며 "자연스레 이낙연 대세론에 보다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설에서 강점을 보이는 김 후보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이날 연설회 현장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김부겸 의원은 워낙 연설 경험이 풍부해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다" "이낙연 의원 연설도 내용이 풍부하고 좋았지만 김 의원 연설이 감동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청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호도 박수도 들리지 않는다. (분위기가) 연설 같지 않고 브리핑 같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핵심 축인 권리당원에게 접근할 경로가 가까워졌다는 점은 반대 논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다. 창당 이래 처음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설회를 생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파급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날 제주도 연설회의 누적 조회 수는 1만6000회를 기록했는데,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71만명 중 약 25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춘천 = 최예빈 기자 / 서울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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